사표 제출 후 모든 것이 자유롭고 꿈만 같았다면 거짓말이다. 당장 밀려오는 카드 값과 보험료, 통신료의 중량은 전에 없이 무거웠고, 때로는 “얼른 다시 멀쩡한 회사 다녀야지”하는 참견에 조급함도 밀려온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퇴사 경험자들의 공통된 소신은 퇴사도 유비무환이라는 것. 버틸까? 나갈까?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경험자들의 조언을 모았다.
우선 ‘퇴사 선배’들은 퇴사 후 다른 일을 시작하기 위한 유예ㆍ준비기간을 성공적으로 나기 위해서는 물심양면으로 적잖은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가능하면 소비를 줄이고 1,2년쯤은 고정 수입 없이도 버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표 사용 설명서’의 저자 황진규(36)씨는 “본인의 최적 생계비를 계산해 버틸 수 있는 통장 등을 마련하고, 가입해 둔 보험 등을 재점검하는 것이 좋다”며 “미리 고정비를 줄여두지 않으면 더 질이 나쁜 직장으로 가야 하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고 조언했다.
생활 계획과 정신적 대비도 중요하다. 교사직을 그만 둔 박형도(30ㆍ가명)씨는 “퇴사 후 일단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은 대전제”라며 “다만 이직이든 창업이든 집필이든 분명히 무엇을 하고 싶고 하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고생이 조금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기간 불규칙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퇴직 후,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신념과 계획도 없이 덜컥 사표만 냈다가는 대혼란에 빠져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에 있는 동안 시간을 쪼개 퇴직 예행연습을 하며 자신이 정말 퇴사를 원하는지 점검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e북 ‘백수 기념 200일 퇴직보고서’저자 액션건축가(31ㆍ닉네임)는 “야근, 특근 등 만만치 않은 일정 속에서도, 자신이 회사를 나가 하고 싶은 것들을 1년 이상 꾸준히 실험해보는 정도의 각오는 필요하다”며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실제 경험을 해봐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현 직장이, 일이, 사람이 지긋지긋할 때가 ‘퇴사의 적기’는 아니다는 얘기다. 황씨는 “지금 일이 죽기보다 싫을 때가 아니라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죽겠다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행복한 밥벌이’대책에 대한 꾸준한 고민을 주문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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