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디지털 음악사업에 뛰어들면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스트리밍은 음악 파일을 직접 내려 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23일(현지 시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글플레이 뮤직’의 무료 버전을 출시했다. 구글이 2년 전 내놓은 구글플레이 뮤직은 월 9.99달러(약 1만1,000원)을 내면 원하는 곡을 무제한 재생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무료 서비스는 이용대가를 받지 않는 대신 화면 하단이나 동영상, 팝업창 에 광고가 나오고 이용자가 곡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 방송처럼 흘러 나오는 곡을 듣는 서비스다.
구글의 무료 음악 서비스는 30일 전 세계 100여개국에 출시되는 애플뮤직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애플뮤직은 월 9.99달러에 원하는 곡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용 패턴을 자동 분석해 취향에 맞는 곡을 추천해주는 기능과 유명 디스크자키(DJ)들이 24시간 운영하는 라디오 채널,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커넥트’도 운영한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지난 11일 일본에서 ‘라인뮤직’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라인 대화창을 이용해 친구와 음악을 공유하고 재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자사 스마트폰에서 라디오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밀크뮤직’을 내놓았다.
이처럼 국내외 IT업체들이 앞다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콘텐츠를 보강해 자사 스마트폰 판매와 서비스 이용을 부추기기 위해서다. 특히 구글과 애플은 자사 운영체제(OS)뿐 아니라 다른 OS 기반의 스마트폰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즉 음악 스트리밍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음원 유통을 하려면 저작권 단체, 대형 유통사들과 모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구조여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진입장벽이 높다. 이 때문에 애플뮤직과 구글플레이 뮤직, 라인뮤직도 여전히 국내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국내 음원시장은 토종 업체들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등장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1위 업체 멜론은 이용 패턴을 기반으로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이미 1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고, 가수와 팬을 연결해주는 ‘팬맺기’와 팬들의 모임 공간인 ‘아지톡’까지 두고 있다. 또 다음달에 가수들의 사진 등을 넣은 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장터도 개설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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