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국민에게 이런 모습밖에 못 보여 주냐."
캐나다 월드컵에서 여자축구대표팀의 스페인전 역전승을 이끈 건 윤덕여 감독의 이 한 마디였다.
대표팀의 전가을은 24일 귀국 환영식 뒤 개별인터뷰에서 윤덕여 감독이 스페인과의 경기 전반전이 0-1로 끝난 후 선수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고 털어놨다. 전가을은 이날 인터뷰에서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며 "윤덕여 감독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페인전 당시 윤 감독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국은 E조 조별리그 최종전 스페인과 경기 막판 김수연이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은 전반 28분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무서운 뒷심을 보이며 2골을 작렬해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스페인전 승리의 기적은 윤 감독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셈이다.
윤 감독은 여자축구와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는 악착같은 수비 실력을 자랑하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그는 1993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 남자선수들만 조련했다. 2001년 U-17 남자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으며 K리그에서도 포항, 울산, 경남 등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러던 윤 감독이 여자 축구대표팀을 맡게 된 것은 2012년 12월부터다. 축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남자 축구만 정통할뿐 여자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는 게 일각에서 제기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곧 사라지기 시작했다. 윤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을 한데 모았다. 그는 부임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번 캐나다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남겼다.
그가 지휘한 기간 동안 대표팀은 정기 평가전도 갖지 못했다. 단기간에 한국 여자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이다. 김정미와 심서연 등 대표팀 선수들도 귀국 환영식에서 윤 감독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전했다. 윤 감독은 때로는 인자한 아버지로, 때로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돌변해 선수들을 가르친다. 스페인과 경기 전반 윤 감독의 따끔한 충고는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신의 한 수' 였다.
사진=전가을(왼쪽).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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