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 규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소환 통보됐다. 수사 결과 발표만 남았다던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지금껏 거론 안 되던 여야 고위 정치인에 전직 대통령의 친형까지 이름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니 혼란스럽다.
물론 검찰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혐의와 단서가 있으면 합당한 조사를 받는 건 당연하다. 수사 대상이 야당의 전직 대표라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분명해 보였던 줄기는 놔두고 생뚱맞은 곁가지만 손댄다면, 그런 수사결과를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거듭 밝혔듯이 이번 수사의 본류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다. 리스트에 오른 8명의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하고 나아가 2012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의 실상을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실망스럽다.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 2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쪽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더욱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서면답변을 받는 걸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홍 의원 외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는 수수금액과 이유, 대략적인 시점이 드러나 있는데도 소환을 생략했다. 금품수수를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 절차인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조차 벌이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정치인들은 뚜렷한 물증도 없이 바로 소환하겠다고 하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지난 4월 출범하면서 독립적 수사, 성역 없는 수사를 다짐했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기대도 많았고, 김진태 검찰총장도 누누이 공정 수사의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기대는 이번에도 결국 공염불이 됐다. 살아있는 권력에 무능하고 무기력한 검찰의 맨 얼굴을 이번에도 드러냈다. 이제 와 부실수사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연히 다른 쪽으로 수사방향을 돌려본들 부질없다. 검찰이 설혹 김 의원과 이 의원, 노씨의 혐의를 입증한다 해도 애당초 박수 받기는 어렵게 돼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행태는 결국 특별검사를 통한 재수사의 당위성만 높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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