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다. 기상청은 어제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비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설명해 올해 장마철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봄 가뭄은 혹독했다. 연초부터 지난 22일까지 6개월 간 내린 누적강수량은 전국 평균이 예년의 74% 수준인 307㎜에 불과했다. 남부지방은 사정이 그나마 괜찮았으나, 중부의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을 겨우 넘겼을 뿐이고, 영동 지역은 예년의 36%, 144㎜의 비만 내려 극한가뭄을 겪었다. 그래서 다들 장마 시작을 학수고대해왔다.
▦ 지난해에도 봄 가뭄이었지만 올해는 더 심하다. 경기 파주에서는 최근까지 모내기를 못했고, 소양강댐은 발전 중단 수위인 150m 근처까지 낮아져 43년 전 댐을 만들 때 수몰된 마을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문제는 장마가 시작됐다지만 충분한 해갈을 낙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예상 강수량이 평년인 289.7㎜보다 많을 확률은 20%에 불과하고, 비슷(45%)하거나 적을(35%) 확률이 훨씬 크다고 한다. 기상청 측은 이와 관련해 “장마가 시작돼도 장기화한 중부지방 가뭄 해갈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 강수형태에 관한 걱정도 만만찮다. 근년 들어 장마전선이 남부에만 주로 머물러 애를 태운 뒤, 갑자기 중부에 홍수가 들이닥치는 일이 많았다. 일각에선 한반도 아열대화 때문이라지만 기상청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서울 지역 강수형태를 보면 연간 강수량은 1970년대보다 22.7% 증가했지만, 봄ㆍ가을 강수량은 8.7% 감소해 어쨌든 봄 가뭄과 불규칙한 여름 폭우가 기상패턴으로 자리잡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한편 기상전문가들은 최근 각국에 기상재해를 일으키고 있는 엘니뇨가 향후 우리나라의 장마 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례분석에 따르면 발달 위치에 따라 ‘동태평양 엘니뇨’로 발전하면 7월까지 충분한 강수량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른장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태평양 엘니뇨’면 오히려 7월에 강력한 폭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떤 극단이든 피해 올해만은 제발 순하게 지나가는 장마가 되길 바란다. 가뜩이나 메르스로 홍역을 치른 터이니.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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