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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마라톤 선수 국가대표 추진, 개인 종목의 특수성 고려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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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마라톤 선수 국가대표 추진, 개인 종목의 특수성 고려 있었나

입력
2015.06.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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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에루페 입국 논란 확산

귀화 후 국가대표 발탁을 꿈꾸는 케냐출신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에루페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안녕하십니까, 에루페입니다. 한국 성과 이름은 오주한입니다”라고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할 만큼 한국 사람이 되고자 열정을 보였다. 오주한은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오창석(53) 백석대 교수의 성과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로 ‘주한(走 韓)’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에루페는 10월 경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후 ‘특별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제도가 정착하면서 스포츠 선수의 귀화 절차가 간단해졌다. 일반 귀화자와 달리 거주 기한이나 한국어 능력 등에서 한결 자유롭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단체나 기관이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대한체육회가 다시 법무부에 추천해 국적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육상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논점은 단순 귀화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냐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에루페의 귀화는 개인의 몫이지만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에루페의 국가대표 선발을 찬성하는 쪽은 “한국 마라톤은 2011년 이후 2시간 10분 내로 진입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침체한 상황이다”라며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인들은 “에루페가 올림픽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선수도 아니고, 마라톤 같은 개인종목 기록은 한국 선수로 이어가는 게 맞다”고 맞서고 있다. 또 에루페에게 덜컥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순간, 한국마라톤은 동기부여의 의지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귀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찬반 논란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는 종목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미 문태종, 문태영(이상 남자 농구), 김한별(여자 농구), 공상정(쇼트트랙), 브록 라던스키,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박은정(이상 아이스하키) 등 9명이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이 중 공상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체 구기종목 출신이다. 게다가 공상정이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귀화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쇼트트랙은 명실 공히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종목이다.

단체 종목에서는 특출한 기량을 지닌 선수가 전력에 아무리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는 해도 혼자 힘으로 승패를 좌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 육상처럼 개인 종목에서의 귀화는 사실상 메달 획득을 위한‘용병’일 뿐이다.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스포츠에서도 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지만 국가대표 선발과 종목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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