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종결 확정돼 상원 통과 확실시, TPP 급물살 연내 성사 가능성 커져
당론으로 반대했던 민주당은 당혹… 오바마 외면한 힐러리도 타격 예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역점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연내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 TPP 참여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이 23일 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토론종결 투표를 실시해 찬성 60표, 반대 37표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달 12일 하원에서 TPP관련 법안이 부결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회생의 전기를 맞게 됐다.
토론종결이 확정됨에 따라 상원은 30시간 이후 언제든 TPA 부여 법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할 수 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TPA 부여 법안에 대해 표결을 벌일 예정이고 이날 토론종결을 지지한 의원 60명은 찬성표를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법안 통과는 확정적이다.
TPA 부여법안이 상원의 관문을 넘으면 곧바로 행정부로 이송되며,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찬성 218표, 반대 208표로 TPA 부여 법안을 일찌감치 처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TPA 권한을 갖게 되면 교착국면에 놓여 있는 현행 TPP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 협상을 7월 중 마치고 연말까지 의회 승인을 받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TPP 협상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TPA 부여법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속도도 늦출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민주당은 당혹한 상황에 부닥쳤다. 사실상 당론으로 반대했음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공조로 TPA 부여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TPA 부여 법안의 연계 안건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 없이 TPA 부여법안만 통과된 것이어서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TAA는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이직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로 인식되어 왔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 동안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반대파와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아이오와 주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동지들의 말을 듣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임 중에는 TPP를 지지했으나, 대선 출마 이후에는 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동계 표를 의식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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