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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딴따라에서 공자까지

입력
2015.06.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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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어느 젊은 여자 연예인이 우리네 보통사람들을 “평민들” 운운하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적이 있다. 이 일에 대해 한편에서는 어려서부터 또는 인격형성기에 방송국만을 출입하다 보니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하기 힘든 연예인들의 고단한 삶 때문이라고 이해해 주자는 쪽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언제부터 연예인이 특권을 가진 존재가 되었는가를 지적하는 소리도 컸다.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기에 시민들을 ‘일반인’이라 부르냐는 의미에서다.

나의 어릴 적만 해도 연예인들 특히 가수들을 딴따라라 불렀다. 가족 전체가 구성원을 이룬 모 가족그룹을 딴따라 가족이라 비하했고 부자 또는 모자 탤런트 등 연예인 가족이 나오면 대를 이어 딴따라가 되었다고 비아냥댔다. 패티 김인지 조용필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그 당시 우리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가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려 했지만 클래식 음악계의 서슬 퍼런 반대로 마침내 무산되었다. 그룹사운드 등 대학가요제 입상자들이 평생 음악의 길을 가겠다고 나름 비장한 기자회견을 할 때도 그건 음악이 아니고 그냥 노래야! 라는 비아냥이 TV를 보는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왔음을 기억한다.

우리에게 즐거움과 대리만족을 주는 연예인들을 대놓고 비하하는 현상이 옳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세가 역전되었다. 예비 신랑 또는 예비 신부가 일반인이라서 사진 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연예인은 특수인이 되고 보통사람은 문자 그대로 일반인이 되었다. 일반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적당한 단어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어쨌거나 일반인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친근한 어감은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아무리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가운데 수위를 다툰다 해도 보통사람이 일반인이라 불리는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내가 까탈스러운 건지 아니면 케케묵은 관념에 사로잡혀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또는 일반문화가 존재함은 물론이다. 전근대시대에도 있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또는 일반문화는 엄연히 있다. 대중문화의 총아인 영화도 예술영화와 상업영화 등의 분류가 있지 않는가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이른바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간격이 점차 사라지고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섞이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가수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오페라에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것이 이제는 신기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학문 간의 협업과 함께 종합적인 시야를 촉구하는 ‘통섭’의 공연 예술적 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교류나 협업은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 향유 계층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최근 인문학 서적은 질적 수준보다 그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쉬운 문투로 서술할 것을 강요받고 있고, 박물관의 전시는 초등학생 눈높이가 기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에 대한 일반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문화 수용층의 폭 확대에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문화는 결국 양이 아니고 질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굳이 고급문화를 낮추고 품격을 스스로 저버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자도 “자기보다 못한 자를 사귀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자기보다 못한 자가 자기에게 다가 오는 것을 막지 말되 굳이 사귀려고 하지는 말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고자 한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교류를 통한 대중문화의 질적 상승에는 찬성하지만 고급문화의 수준을 낮추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철저한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은 고급문화의 대중화 전략은 문화의 하향평준화에 본의 아니게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공연한 걱정’이 드는 요즈음이다.

김상엽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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