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니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EXO와 빅뱅의 대결은 여러 가지로 흥미롭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정면승부이기도 하고, 벌써 두 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팀과 음원차트, 유튜브 등 대중적인 인기에서 가장 강력한 아이돌 그룹의 대결이다. 이 와중에 방송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두고 팬들이 경쟁하면서 (▶ 관련기사 보기) 프로야구 올스타전 투표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도 있었다. 두 팀의 팬덤 중 일부가 프로야구 팀 팬덤과 연합해 아이돌 팬덤이 특정 프로야구 팀을 위해 올스타 투표에 참여하고, 프로야구 팬덤은 연합을 맺은 그룹의 음원차트 스트리밍 등을 한 것이다. 과열된 분위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EXO와 연합을 맺은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EXO의 멤버와 노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농담삼아 그들을 '도련님'이라고도 불렀으니 이쯤 되면 재미있는 이벤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점은 두 팀이 각각 다른 세대의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빅뱅은 동방신기, 2PM 등과 함께 2세대 아이돌이라 할 수 있고, EXO는 그 다음 세대다. 두 팀의 데뷔에는 6년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5년 내외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활동시작 후 5년 쯤 되면 인기도 하락세로 접어들고, 멤버들과 회사의 재계약 문제 등으로 팀이 와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는 이런 통념이 모두 깨지고 있다. 빅뱅은 물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2PM등 2세대로 분류되는 팀들이 모두 활발히 활동 중이다. 동방신기는 이미 10년차를 넘겼다. 샤이니는 데뷔 7년째인 올해 일본 도쿄돔 콘서트를 하는 등 점점 더 기세가 오르고 있다.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서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미스 A, 최근 컴백한 씨스타가 모두 2010년에 데뷔했다. 신인 아이돌 그룹들은 음반 판매량이나 대중성에서 여전히 강자인 이들과 경쟁해야 그나마 자리를 잡는 것이다. 빅뱅과 EXO의 경쟁구도는 이런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데뷔시기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돌 산업이 20년을 넘어가면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H.O.T.나 젝스키스를 보고 자란 세대가 나이가 들었다고 아이돌 음악을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신화의 팬은 여전히 신화를 좋아하는 동시에 최근 등장한 다른 아이돌 그룹에도 관심을 줄 수 있다(그러나 아이돌 산업이 공연과 음반 판매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데 반해, 다른 가수들은 음원 시대 이후 수익구조를 찾는 것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해외 수익은 아이돌의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동방신기, 빅뱅, 샤이니 등은 모두 현재 일본 도쿄돔 공연이 가능하다. 돔 공연 자체가 일본에서 갖는 위상과 수입을 생각하면 이들은 시장성에 있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뱅은 월드투어를 통해 단일 팀으로 100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아이돌이 해외에서 반응을 얻어 투어를 돌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아이돌의 수명은 5년이 아니라 10년 차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아이돌산업의 양상 속에서 팬덤이 강한 성향을 가진 남자 아이돌 그룹은 진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지만, 반대로 진입 후에는 꾸준한 인기를 보장한다. EXO를 제외하면 이른바 '대세'라고 할만한 팀은 쉽게 나오지 않는 반면, 어느 정도 반응을 얻는 아이돌 그룹들은 이전 세대에는 쉽지 않았던 해외 공연까지 하면서 긴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럴수록 대형 기획사의 영향력은 강해진다. 오랫동안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으며 많은 팬층을 확보한 이들은, 새로운 아이돌 그룹에 기존 팬층을 상대적으로 쉽게 '대물림'할 수 있다. SM에서 데뷔하는 아이돌에 동방신기나 소녀시대의 팬이 무관심 하기 어렵고, YG의 두 신인 그룹 Winner와 iKON은 얼굴을 알린 리얼리티 쇼부터 빅뱅을 비롯한 선배들의 지원을 받았다. SM과 YG의 신인이라는 이유로 대중적인 관심도 함께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전 세대가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같은 세대 뿐만 아니라 윗 세대와도 경쟁하고, 같은 회사에서는 팬들이 대물림 되기도 한다. 해외 시장까지 커지면서 아이돌 산업의 규모와 위상은 커졌다. 그러나 그만큼 신인, 특히 대형 기획사에 속하지 않은 신인은 성공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입장에 있는 회사들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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