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이 갈수록 온라인에 의지하고 있다.
내수 부진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겹쳐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지자 그나마 상황이 나은 오픈마켓 등 외부 온라인쇼핑 채널에라도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은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롯데백화점·갤러리아·현대H몰·AK플라자·CJ몰·홈플러스 등 대형 10개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여름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참여 백화점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여름 세일 기간과 겹치는 셈이다.
G마켓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오프라인 정기 세일에 맞춰 온라인에서도 할인 행사를 여는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다. 과거 백화점 등 유명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매장에서 할인 등을 거친 뒤 그래도 남는 상품을 온라인 쇼핑 채널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상품 차별화'와 온라인몰 입점에 따른 '수수료' 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온·오프라인 동시 세일'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이주철 G마켓 상무는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몰의 협업이 계속 늘고 있는데, 온라인몰로서는 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키울 수 있고, 대형 유통사로서는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 상무는 "더구나 과거에는 대형 유통사들이 이월상품 등으로 온라인용 상품을 따로 내놓는 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온·오프라인에서 같은 상품을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G마켓에 국내 대표적 명품 중심 백화점 '갤러리아'가 처음 입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 대표적 오픈 마켓인 G마켓에서도 오프라인 갤러리아 백화점이 보유한 3천400여개 브랜드, 20만개에 이르는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아예 오프라인에 앞서 온라인몰에서 사실상 먼저 백화점 세일이 진행되는 경우까지 있다.
11번가(www.11st.co.kr)는 지난 22일부터 '백화점 앤(&) 몰 얼리 섬머 세일'에 들어갔다.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할인 행사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오프라인 백화점의 정기 여름세일보다 이른 셈이다. 하지만 이 온라인 세일에는 갤러리아백화점·현대백화점·AK플라자·아이파크백화점·대구백화점 등 대형 유통채널들이 대거 참여했다.
신현선 11번가 브랜드제휴 담당 상품기획자(MD)는 "기존 11번가 내 백화점 세일은 오프라인 백화점 세일 기간에 맞춰 동시에 열렸지만, 이번 할인 행사의 경우 오프라인 백화점보다 1주일이나 앞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라며 "불황과 메르스 등의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몰을 찾는 고객들을 겨냥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www.istyle24.com)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업체가 올해 여름 시즌을 겨냥해 확보한 상품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3배로 늘었다. 이 처럼 많고 다양한 물건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명품매장에서 주로 팔리던 비비안웨스트우드·구찌·지방시·디올 등의 선글라스, 대형마트에 공급하던 미치코 런던 등의 캐리어 제품들이 올해 여름에는 아이스타일24에서도 판매된다.
온라인 판로에 정성을 쏟는 것은 백화점 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옥션은 지난 10~14일 '미샤 썸머 빅 세일' 행사를 열고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여름철 인기 상품을 30~50% 할인 판매했다.
옥션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가 오프라인 로드샵 세일과 겹치는 날짜에 온라인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업체 입장에서는 거래 수수료 등을 지불하더라도 이익이 될만큼 온라인의 수요가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