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저우 이어 두달 만에 제5공장 첫삽, 2017년부터 연 30만 대 생산 계획
폴크스바겐·GM과 '적벽대전'… 일대일로·창장벨트 교차로에 위치
한중 경제 협력 새로운 이정표로
현대기아차가 중국 중서부 시장 공략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둘러싼 현대기아차와 폴크스바겐, GM의 진검 승부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3일 중국 충칭(重慶)시 량장(兩江)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에서 충칭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현대차는 이곳에 건평 30만㎡ 규모의 승용차 공장을 건설해 2017년부터 연 30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차와 함께 10억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공장이 완공되면 베이징의 제1~3공장(105만대),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시 제4공장(30만대)에 이어 중국에서 다섯번째 승용차 생산 거점을 갖게 된다. 목감기에 걸린 정몽구 회장 대신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축사에서 “충칭 공장 착공으로 베이징현대차는 서부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며 “중국의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쑨정차이(孫政才) 중국공산당 충칭시 서기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도 참석했다.
현대차가 충칭에 승용차 공장을 건설하는 까닭은 이 곳이 중국 서부의 중심이자 미래 성장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톈진(天津)과 함께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한 곳인 충칭은 1분기 경제성장률 10.7%를 기록해 중국 31개 지방 정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더구나 충칭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육상ㆍ해상 신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국 중서부 지역의 도시화 발전 전략인 창장(長江ㆍ양쯔강)경제벨트의 교차로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서 2,3위를 다투는 현대기아차는 충칭 공장이 완공되면 폴크스바겐, GM과 선두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내 1위인 폴크스바겐은 2009년 충칭과 가까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진출했다. 2위 GM도 지난해 12월 충칭에 연산 40만대 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3강이 겨루는 적벽대전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충칭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충칭을 방문, 쑨 서기와 만나 전략협의서도 체결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의 승인이 미뤄지며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시 정상 회담 안건에 오르기도 했다. 김장수 주중대사는 이날 “현대차 충칭 공장 착공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과 함께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중국 승용차 시장이 최근 수요 감소로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현대차가 지난 4월 제4공장 착공에 이어 제5공장까지 건설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2007년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며 공장 건설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당시 공격적 투자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충칭=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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