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진짜 간절합니다."
kt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오정복(29)과 왼손 투수 홍성용(29)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또한 단단하다.
오정복과 홍성용은 지난 21일 트레이드로 NC에서 kt로 이적했다. 오정복은 2009년 2차 7라운드 53순위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NC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새 팀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올 시즌에는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퓨처스(2군)리그에서 타율 0.331, 2홈런 31타점을 올리고 있었다.
홍성용은 2005년 2차 5라운드 35순위로 LG에 입단했지만 2008년 방출이 되는 아픔을 겪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3년 NC에 입단했다. 올해 1군 경기에는 3경기에 나와 2⅔이닝을 던지며 1실점을 기록했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 더 이상 밀리면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는 더 힘들어진다. 동갑내기인 둘은 이를 더 악물었다. 오정복은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자신도 있었다. 오정복은 "2군에서 정말 훈련을 많이 했다. 저녁에 야간 운동을 하고 남아서 또 하고, 다음날 새벽 훈련하고 아침밥 먹고 또 했다. 2군에서는 1군 벤치에라도 한 번 앉고 싶어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고 회상했다.
기회가 왔다. 지난 23일 수원 LG전을 앞두고 둘은 나란히 1군에 등록됐다. 조범현 kt 감독은 "1군에서 쓰면서 체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오정복은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멋지게 잡아냈다. 오정복은 이날 4-4로 맞선 7회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리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의 홈런은 삼성 소속이던 2010년 7월6일 인천 SK전 이후 1813일 만이다.
오정복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1군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1군 무대를 바라만 보며 절실함이 생겼다. 그는 "삼성에 있을 때는 너무 어려서 뭘 몰랐다. 2군을 가도 당연히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간절함을 느꼈다"고 했다.
홍성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0-3으로 뒤진 5회말 2사 1·3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매번 "좌완 불펜이 한 명 더 있다면 김재윤과 장시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더 편해질 텐데 아쉽다"며 입맛을 다시던 조범현 감독을 흡족하게 할 만한 안정적인 투구였다. 홍성용은 "모두에게 좋은 첫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앞으로 개인적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 믿음에 보답해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첫 등판 소감을 전했다.
둘 모두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서로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왔는지를 알기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오정복은 "성용이도 진짜 간절하다. 일본에서도 야구를 하고 2군에 계속 있으면서 한 번도 빛을 본 적이 없는데 나이는 계속 차고…. 근데 정말 너무 열심히 하는 선수다. 둘 다 열심히 안 하는 선수들이었다면 간절한 마음은 없었을 거다"며 "하지만 성용이도 오늘 너무 좋은 피칭을 하고, 나도 좋은 결과를 내 성용이와 자신있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또 다시 뜨거운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1군 벤치'에 앉은 오정복은 "천국이 따로 없다. 1군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다는 게 정말 즐겁다"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준비는 다 됐다. 기회만 오면 잡아 보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kt 홍성용(왼쪽)-오정복.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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