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어제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이 기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활동을 정리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앞으로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실상을 공유하고 개선을 모색하는 현장 거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북한의 거센 반발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및 내부 통제강화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한층 나빠질 수 있음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령독재체제 하의 북 주민들이 정치ㆍ시민적 기본권리 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 운영과 종교억압 등 최악의 인권침해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엔총회는 지난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북 체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심각한 북한주민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 함께 해결을 도모하는 일 만큼 급한 일도 없다. 어제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가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음모라고 반발하고 있는 게 문제다. 당장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설에 반발해 내달 3일부터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통보해왔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9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내 설치될 경우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했다. 6ㆍ15선언 15주년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되는 등 가뜩이나 꼬여 있는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복 70주년 공동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한 관계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이 민감하게 나오는 것은 인권문제가 바로 체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 체제는 집단을 개인에 우선하는 집단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북한 인권문제의 대부분은 바로 이 집단주의 체제 속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개인적 권리에 입각한 인권문제 제기는 곧 집단주의에 기반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되므로 국제사회가 아무리 집요하게 인권문제를 제기해도 북 정권이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대한 분노만으로는 인권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무조건 목소리를 높인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속성을 염두에 두고 유연하고 지혜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서울사무소는 앞으로 이런 점에 유의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도 궁극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과 인권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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