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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토론 인터뷰는 사양합니다"

입력
2015.06.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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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결방된 KBS2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 KBS 방송화면 캡처
지난 21일 결방된 KBS2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 KBS 방송화면 캡처

“‘민상토론’으로는 인터뷰 안 합니다. 좀 그래요.”

얼마 전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민상토론’에 출연하는 한 개그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가 이런 답을 들었다. 미소 지은 얼굴이었지만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있었고 아니나다를까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주변 방송 관계자가 “내용이 예민해서 아마 제작진이나 방송사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상토론’을 불편하게 느끼는 KBS 내부 분위기가 있는 듯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1일 ‘민상토론’이 갑자기 결방했다. ‘개콘’ 홈페이지를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금세 외압설이 돌기 시작했다. ‘민상토론’은 이완구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골프 논란 등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주메뉴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메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를 꼬집으며 유민상이 “정부의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박영진은 “정부의 위기 대처 방식에 점수를 매겨 달라”고 요구했다. 손가락으로 O자를 표시한 유민상을 향해 박영진은 “0점이란 말이죠”라고 묻다가, 유민상이 손사래를 치자 “점수를 줄 가치도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 방영분은 최근 방송 가운데서도 수위가 높은 편에 속했다. “가장 한심한 장관이 누구입니까?” “복지? 아 문형표 장관이 한심하다?” “컨트롤 타워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날선 대사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개콘’ 시청률이 13%(이하 닐슨코리아)일 때 ‘민상토론’의 코너시청률은 17%를 넘기는 관심을 얻었다.

결방으로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자 KBS는 “‘민상토론’의 완성도가 부족해 아예 녹화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민상토론’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민상토론 폐지’가 뜰 정도다. ‘개콘’ 홈페이지에서 조차 “폐지하지 말라”는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데뷔 12년차인 한 개그맨은 “정치 풍자 개그를 하면 꼭 예능국장까지 내려와 검열하는 게 지금 방송사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다른 7년차 개그맨도 “최근 몇 년 새 정치 풍자의 ‘정’자만 나와도 담당 PD들이 손사래 치는데 그나마 ‘민상토론’이 용감했다”고 말했다. 28일 ‘민상토론’이 전파를 탈 수 있을까. 개그가 언제부터 인기보다 완성도를 그렇게 엄격히 따졌는지 모르겠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개그맨이 인터뷰까지 거절하며 기자를 피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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