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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 "쿡방 열풍 추석까지는 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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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 "쿡방 열풍 추석까지는 가지 않겠어요?"

입력
2015.06.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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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프로 블루칩 웹툰작가 김풍

기 센 요리사들 사이서 코믹역 자처

"방송 즐겁지만 돌아갈 곳은 웹툰"

알이 없는 안경을 쓰는 김풍은 "얼굴이 밋밋한 편이라 개성있게 보이려는 것"이라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안경을 쓰면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알이 없는 안경을 쓰는 김풍은 "얼굴이 밋밋한 편이라 개성있게 보이려는 것"이라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안경을 쓰면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연복풍 덮밥’ ‘치즈듬풍 토스트’ ‘자투리타타’ ‘섹시한컵’.

이런 익살스러운 요리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장고)를 즐겨 보는 시청자라면 금세 알아차렸을 것이다. 웹툰 작가에서 셰프라는 이름까지 거머쥔 이, 김풍(38)이다.

7년여의 자취생활을 바탕으로 ‘냉장고’에서 거침없이 요리를 한다. 사실 전문 셰프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도 그는 늘 당당하다. 허를 찌르는 요리로 통쾌하게 셰프를 꺾기도 한다. 22일 방송된 ‘냉장고’에서 김풍은 샘킴과 최현석 셰프의 대결을 놓고 “샘킴은 내 인생의 동반자, 최현석은 나의 라이벌”이라며 누굴 응원할 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샘킴은 김풍에게 3패, 최현석에게 3패를 했다. 그러니 최현석을 두고 “동급”이라는 것이다. 그 안에서 김풍의 말에 기분 나빠하는 이도 없다. TV 시청자도 크게 웃을 뿐이다.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풍은 “처음에는 요리 대결에서 계속 지니까 주변에서 ‘큰일났다’며 걱정을 하더라”며 “나 역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껄껄 웃었다.

그는 자신을 “MSG 같은 캐릭터” “샌드백 역할”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의 요리는 ‘자취생 요리’라고 할 만큼 간단하면서도 진취적이다. 그런데 장난기 가득하고 ‘2% 부족한’ 그의 레시피가 적잖이 호응을 받는다. 블로그에는 김풍의 요리를 직접 따라해 본 뒤 “김풍식 자취요리는 최고” “김풍 천재” 등으로 호평한다. 김풍은 “내 직업이 요리사가 아니니까”라고 말한다.

“방송에서 까불고 장난칠 수 있는 것도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자존심 강한 셰프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요리 대결을 할 때 위축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어쨌든 저는 웹툰 작가로서 정체성이 확고하고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니 샌드백 역할도 즐기는 거고요.”

그래서일까. 그가 나오는 방송을 보면 언제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역시 “방송은 즐겁다”고 한다. 그는 2012년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올리브쇼’에 출연해 셰프라는 직함을 얻었고, MBC 라디오의 한 코너를 고정적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냉장고’의 인기를 몰아 SBS 예능 ‘주먹 쥐고 소림사’(방송 예정)로 중국 촬영도 다녀왔고, 올리브TV에서 새 요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최현석 김성주와 함께 식품 광고까지 찍었다. “방송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유혹이에요. 재미도 있고 돈도 많이 벌고 피드백(유명세)도 확실해요. 그래서 무서운 거죠. 웹툰은 완성했을 때 뿌듯함이 엄청 크지만 그 과정은 고행이거든요.”

김풍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모습. 인터넷 캡처
김풍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모습. 인터넷 캡처

그가 요리 프로그램에 섭외된 것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요리한 사진을 올리면서다. 그렇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작품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고 말한다. 지난달 웹툰 ‘찌질의 역사’ 시즌2를 마쳤고 조만간 시즌3를 선보이려 구상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찌질의 역사’는 남자들의 ‘너저분한’ 연애사라고 할 정도로 솔직하고 파격적인 웹툰으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요리를 주제로 한 웹툰도 계획 중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높을 것 같아 상당히 부담돼요. 요리를 하는 것 자체는 즐겁지만 막상 웹툰 작업을 한다면 일이 되어버리니 펜이 안 가는 게 사실이에요.”

샌드백을 자처하는 대세 김풍은 그만큼 자신을 관조할 줄 알았다. “쿡방 열풍이 얼마나 오래 가겠어요? 추석 전후로 정점을 찍으면 거품이 빠지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하향세를 걷고…. 모든 방송이 그렇듯 우리 인생사도 그렇죠. 저 역시 ‘냉장고’의 탑승객으로 정신 없이 달렸지만, 어느 순간 내려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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