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강회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얇으면서 강한 철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언뜻보면 모순된 표현 같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곧 철강회사의 승패를 가르는 기술력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코가 개발한 전기자동차용 철강차체 ‘PBC-EV’입니다. 이 제품은 강도가 높은 고급강판과 최첨단 성형공법을 총동원해 기존 자체보다 무게를 26% 줄였습니다. 르노자동차와 공동 개발해 화제가 됐던 자동차 ‘이오랩’의 경우 차체 무게를 무려 130㎏이나 줄여 꿈의 연비인 리터당 100㎞ 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철판이 두꺼울수록 강도가 세고 안전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두께와 강도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강도가 똑같다면 두꺼운 강판이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지만 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차체를 최대한 가볍게 해서 엔진효율을 높이려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두꺼운 강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두꺼운 강판을 사용하면 차량이 무거워져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아지지요.
철강회사들이 강도가 높은 ‘고장력강판’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도 ‘연비’와 ‘안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장력강판은 일반 강판과 두께가 같으면서 강도가 최대 5배 이상 높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첨단 제조기술이 필요해 모든 철강사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강판 제조에 있어서 강도와 무게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쉽게 가공할 수 있는 특성인 연성입니다. 가공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강하고 가벼운 철판도 자동차 제조에 쓰이기 힘듭니다.
보통 강도를 높이면 연성이 떨어져 가공하기 어렵고, 연성이 높으면 강도가 약해집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형하기 쉬운 온도(900도)에서 프레스 가공과 급속냉각을 병행하는데, 강판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연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공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강도와 가공성을 가지고 있는 철강재도 개발됐습니다. 포스코가 개발한 ‘TWIP강’은 철에 망간과 알루미늄 등을 섞어 만든 강판으로 일반 자동차강판보다 강도가 3~4배 높고 무게는 30% 가볍습니다.
철강회사들은 자동차 강판 전문업체로 각인되길 원합니다. 경량화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따른 혁신적 강판수요가 높아지면서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기 때문입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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