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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프로듀사', 어딘가 허한 '어벤져스'의 활약

입력
2015.06.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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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프로듀사' 장면.
KBS 2TV '프로듀사' 장면.

시작은 창대했다. 드라마판 ‘어벤져스’로 주목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아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프로듀사’는 찬사보다 비판을 더 들었다. 뜬금없는데다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간접광고(PPL)로 ‘PPL드라마’란 힐난도 받았다. 평균 시청률 13%에 중국 등 해외 판권 수출 등으로 1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잘 팔린 드라마임에도 “기획 상품 같다”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차태현 등 톱스타를 줄줄이 섭외해 큰 판을 벌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작진이 이를 제대로 꾸려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양승준기자(이하 양)=이야기가 진짜 많이 아쉽다. 그래서 끝나고도 ‘허’하다. 이야기의 층이 너무 얇았다. 네 주인공의 사각 멜로가 전부였으니까. 박지은 작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풍성하게 가족 얘기를 풀었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외계인이란 새로운 설정에 대사는 재치가 넘쳤는데 ‘프로듀사’에서는 그 장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은영기자(이하 강)=스토리는 빈약했다. 12부작으로 드라마를 제대로 풀기는 무리였던 것 같다.

라제기기자(이라 라)=‘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빅10’(이달 본지 설문)가운데 두 명인 김수현이란 한류스타와 박지은이란 스타 작가가 만난 만큼 시청률이 더 나와야 하지 않나란 생각도 든다. 그만큼 드라마적 완성도가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고경석기자(이하 고)=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로서의 특별한 매력을 찾긴 어렵더라. 그냥 장편 시트콤 같다. 연출에도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라=처음엔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서수민 PD와 독립영화 스타 윤성호 감독이 공동 연출한다고 해서 눈길이 갔다. 그런데 윤 감독이 빠지고 뒤늦게 표민수 PD가 합류 했다. 정통 드라마 출신이 주도하는데 ‘예능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을 이유가 있을까.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강=드라마 제작 섭외 1순위인 박 작가를 끌어들여 판을 크게 벌인 건 성공했는데 욕심이 과했다. 특히 PPL이 너무 지나쳤다. 공효진 얼굴 대신 화장품만 화면에 떠다니고, 아이유가 신던 운동화는 제품명을 부각하기 위해 과도하게 클로즈업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고=갑자기 늘어난 방송 시간도 말이 많더라. PPL때문이라는 의혹을 받을 만한 상황이다.

양=애초 80분이었는데 마지막 12회는 100분이 넘었다. 편성표로는 90분이 잡혀있었다. ‘프로듀사’쪽에서는 ‘시청자 서비스’였다고 하는데, 공감하기 어렵다. 100분 넘게 드라마를 내보낼 정도로 ‘프로듀사’에 복합적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광고와 PPL 소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강=공영방송에서 만든 드라마인데 광고나 PPL 등에 여러모로 휘둘린 게 아닌가 싶다.

고=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사’가 ‘수출형 기획상품’ 느낌이 난다.

KBS 2TV '프로듀사'에서 보여진 화장품 PPL. 인터넷 캡처
KBS 2TV '프로듀사'에서 보여진 화장품 PPL. 인터넷 캡처

라=드라마 반응을 보니 ‘김수현이 ‘프로듀사’를 살렸다’는 얘기가 많다. 그만큼 연출력이 기대 이하였고, 다른 배우들의 무게감도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수현이 있었기에 그나마 시청률이 나왔다.

강=김수현이 맡은 신입 PD 캐릭터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수현이 한 템포 느리게 하는 말투 같이 디테일한 걸 잘 살려 보는 재미를 줬다. ‘김수현 드라마’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차태현과 공효진은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이다.

양=차태현이 너무 묻혔다.‘프로듀사’가 차태현이 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다. 그나마 작품 캐릭터 덕을 가장 많이 본 건 아이유다. 톱스타 신디 역으로 이야기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캐릭터도 가장 입체적이었으니까.

라=시즌2가 가능할까. 수익을 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 시즌2를 만들 욕심이 생겼겠지만 그리 기대는 되지 않는다.

강=KBS 내부에서는 ‘프로듀사’를 두고 ‘큰 일을 해냈다’라고 보는 것 같다. 매출이나 시청률 면에서 KBS에서는 계속 하려고 할 것 같다. 예능국에서 지난 2~3년 사이 처음으로 시청률로 SBS ‘정글의 법칙’도 이겼으니까.

양=KBS에서는‘프로듀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파괴력에 있어서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김수현 공효진 등 이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다음에는 안 할 것 같다. 박 작가가 시즌2 집필을 하는 것도 불투명하다. 이대로 시즌2가 제작된다면 글쎄…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우정 작가-신원호 PD 콤비 등 기존 제작진이 버티고 있는 데다 점점 출연하는 배우들의 급도 높아지며 기대를 높이고 있는 반면, ‘프로듀사’는 처음에 너무 정점을 찍어버려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라=돌아보니 방송사를 다룬 드라마는 의학드라마와 달리 큰 반향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방송사가 잘 알만한 내부 사정을 제대로 드라마에 반영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프로듀사’도 방송사 직원들의 애환보다 멜로 라인을 강조했고, 신변잡기식 이야기로 흐른 면이 있다.

양=의학드라마는 굉장히 극적인 장치들이 많지 않나. 누가 죽거나, 죽을만한 위기에 놓이고. 방송사를 다룬 드라마는 그런 극적인 장치가 없다. 스타가 방송 펑크 낸다고 사람 목숨이 오가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병 같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보편적인 소재가 방송드라마에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장르적 한계는 있는 것 같다.

고=꼭 극적인 장치가 없어서일까. 미국 드라마 ‘뉴스룸’같은 건 방송 환경을 심도 있게 포착해 인기를 얻지 않았나.

강=중요한 건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시청자들이 그런 전문적인 드라마를 원하는 가다. ‘그들이 사는 세상’도 현빈 송혜교가 출연했고, 화려함 뒤 방송 종사자들의 고충을 잘 포착했는데 시청률은 안 나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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