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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전력 귀화 선수로 한국 마라톤 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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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전력 귀화 선수로 한국 마라톤 살릴 수 있나"

입력
2015.06.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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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준비 중인 케냐 출신 에루페

육상연맹, 올림픽 대표 선발 추진

황영조 "실력도 역부족" 논란 확산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인 케냐의 마라토너 에루페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인 케냐의 마라토너 에루페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5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 마라톤(최고기록 2시간7분20초)이 귀화를 통해 기록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선수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이력이 있어 거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주인공은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다. 그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귀화 절차를 잘 마무리해 한국인이 되고 싶다. 한국 대표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에루페의 소속팀은 충남 청양군체육회다. 그의 대리인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지난 17일 연봉 6,000만원을 받는 조건에 입단 계약을 마쳤다.

오교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문의해보니 한국에서 취업해 급여를 받은 기록이 있고, 올림픽 대표 선발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국적을 획득하면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그의 최종 목표가 ‘한국 국가대표’임을 숨기지 않았다.

에루페는 오는 10월11일 열리는 2015 경주국제마라톤대회 이후 귀화 절차를 밟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추천서를 쓰고, 대한체육회가 검토하는 방식이다. 육상연맹측은 “에루페가 한국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귀화를 적극 돕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루페가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귀화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는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2012년 말 IAAF로부터 자격 정지 2년 징계를 받아 올 1월에야 복귀한 터라 ‘징계 해지 후 3년이 지나야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현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리우올림픽 참가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굳이 이런 선수를 귀화시켜 올림픽에 내보내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3년 전 에루페가 한국 귀화를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도 도핑 테스트 때문이었다.

또 귀화 선수의 등에 올라타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반발하는 기류도 강하다. 황영조(44)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마라톤은 우리 민족혼이 짙게 녹아있는 종목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귀화선수가 각종 무대를 휩쓸고 다닐게 뻔 한데, 그에게 태극마크까지 달아주면 한국 마라톤의 중흥이 아니라 말살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또 “에루페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는 국제무대에 널려 있다”며 “그의 기록으론 올림픽 메달도 역부족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에루페의 최고기록은 2시간5분37초(2012년)인데 반해 올 시즌 최고기록은 2시간6분11초에 머물러 있다.

한편 에루페 측은 “금지약물 복용은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 교수는 “케냐 이동식 버스에서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며 “정말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면 2년 만에 돌아와 이런 기록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약물 문제는 정말 깨끗하다. 케냐 의사들로부터 소견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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