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보호와 인간다운 가정의 편차
몇% 인상 둘러싼 줄다리기 의미 없어
최저임금제 논의의 틀 새롭게 세워야
알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으니 청소년들(대학생 포함)이 알바 시장으로 더욱 몰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를 새삼 떠올린다. 올해의 경우 시간 당 5,580원(월 1,166,220원)이다. 우리 헌법 제32조에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1986년 법률을 제정했고, 8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되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 중에 있으며 8월 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용자 측은 현재의 수준으로 ‘저임금 단신 근로자 보호’라는 원래의 목적은 달성됐으므로 더 이상 인상은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인간다운 삶 보장’이 가능하며, (버는 대로 모두 써야 할 형편이므로) 오히려 내수 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우선 ‘저임금 단신 근로자 보호’라는 대목에서 500만 알바생을 생각하게 된다. 인터넷 상에 가장 많이 진정되는 점은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보다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지켜달라’는 하소연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핑계로 근로시간을 줄여 계산한다, 유급휴일을 알지 못한다, 미성년자라고 임금을 깎는다, 갑자기 그만 두라고 한다 등이다. 모두가 위법이어서 업주는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법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진정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라고 한다. 청소년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인간다운 삶 보장’이라는 대목을 생각한다. 최근 생활임금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기준인 최저임금과 달리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이다. ‘단신 근로자’가 아니라 가족까지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직 국가 차원에서 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다만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나 명령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가 민간업체와 용역조달 계약을 맺을 때, 민간업체에게 요구하는 제도이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시행돼 현재 미국 140여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경기 부천시가 최초로 도입했고, 올해 5월 현재 서울시 등 18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으며, 10여 곳이 입법(조례) 예고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 시급은 6,629원(월 1,385,419월)이다. 맞벌이 부부와 자녀 1명 가정을 기준으로 주거비 교육비 물가상승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는 시급 6,687원(월 139만7,538원)으로 최고액이다. 서울시의 경우 시청과 투자ㆍ출연기관이 직접 채용한 근로자에 한해 적용하므로 대상자는 250~300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민간위탁이나 용역 근로자에게도 생활임금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한다. 시행에 들어간 전국 지자체의 대상자는 대략 5,000명 정도라고 한다.
최저임금 5,580원이나마 헌법과 법률에 정해져 있는 만큼 제대로 지켜달라는 알바생들의 아우성, 인간다운 삶을 채워주겠다며 서울시가 일부 근로자를 대상으로 선심을 베풀고 있는 생활임금 6,687원, 우리 열악한 근로자 임금 수준의 스펙트럼 양극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행 논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론은 5,580~6,687원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논의의 틀을 세워야 한다.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해 적용하고, 생활임금 제도를 최저임금에 접목시키는 방안 등 논의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엔 몇 %를 인상할 것인가를 두고 넉 달 이상 입씨름만 할 일이 아니다. 2020년까지 지금의 2배 가까이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LA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고, 장기적으로 가구별 생계비를 조사해 기준임금에 감안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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