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쁜 소식은 내가 이 병을 극복할 확률이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의 앤서니 브라운 후보를 이길 때보다 높다는 겁니다.”
‘한국 사위’를 자처해온 래리 호건(59) 미국 메릴랜드 주 지사가 22일 치명적인 림프종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청중을 웃기는 여유를 잊지 않았다. 호건 지사는 이날 메릴랜드 주도인 아나폴리스의 주지사 관저에서 부인 유미 호건 여사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상당히 진행되고 매우 공격적인 ‘비 호지킨림프종’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호건 지사는 이어 “4기 또는 최소한 매우 진행된 3기인 것 같다”며 “곧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치료를 시작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보이드 루더포드 메릴랜드 부지사가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암세포가 복부에 퍼져서 척추를 압박하고 있다”며 “몸 상태도 좋았고 별다른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암이라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병세를 공개한 뒤, 호건 지사는 강력한 투병 의지를 내비쳤다. “암이 급하게 번진 만큼 회복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암을 이겨낼 확률이 ▦브라운 후보를 이긴 것보다 ▦메릴랜드 주민의 세부담이 낮아진 것보다 ▦메릴랜드 주요 도로의 통행료가 인하될 확률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감세와 통행료 인하는 호건 주지사가 취임 이후 정책으로 옮긴 선거 공약이다.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 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힘겹게 당선된 뒤 공약을 실천한 것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암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호건 지사는 총 36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초까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을 순방한 바 있다. 호건 지사는 이후 약속된 일정을 취소하는 등 외부 접촉을 피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호건 지사는 “순방 이후 식욕 부진 등으로 몸이 좋지 않았다”며 “병의 정도와 치료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검사와 의료전문가들과의 예약 일정으로 인해 (회의와 대중행사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호건 지사의 투병 소식에 정치적 맞수인 앤서니 브라운 전 민주당 후보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이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쾌유를 기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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