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처럼 들리는 자기항변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수 김상혁이 했던 말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이다. 지난 주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뜨거웠는데, 창작과 비평 쪽의 항변도 마치 말장난처럼 들렸다. “(장르적) 유사성은 있지만, 표절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말장난처럼 들리는 항변들이 과연 법적으로 성립되는 항변 즉 “말”인지, 법적으로도 성립이 되지 않는 항변 즉 “막걸리”인지를 살펴볼까 한다.
1. 유사성은 있지만, 표절은 아니다?
정답은 “말”이다.
표절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여러 요건이 필요하다. 그 중 제일 중요한 요건이 바로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유사한가라는 것에 참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
시나리오 같은 경우에는 주제, 인물의 성격, 역할, 줄거리, 배경 등을 종합하여 비슷한지 아닌지를 봐야 하는데, 이때마다 등장하는 피고들의 항변이 바로 “장르적 유사성”이다.
영화시나리오면 시나리오, 소설이면 소설, 결국 사람이야기인데 사람 이야기를 극적으로 그려내려다 보면 별 수 없이 비슷한 성격의 인물이 등장하고 비슷한 성질의 갈등이 등장하며 비슷한 구성으로 그려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 비슷하더라도 이는 표절이 아니고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대원칙 아래에 생겨난 단순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만화 “바람의 나라”의 경우로, 법원은 유사성은 있지만 이는 장르적 유사성일 뿐이고 표절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유사성은 있지만, 표절은 아니다라는 항변, 듣기엔 아리송해도 막걸리는 아니다(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난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게 아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런 항변이 과연 법적으로 유효한 항변이긴 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하고픈 것뿐이다).
2.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 아니다?
이 항변은 어느 새 말장난 같은 항변의 조상님격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말 또한 엄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으려면 혈중 알코올이 0.05%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0.049%만 되더라도,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알코올 분해를 잘 하는 사람이 딱 맥주 한 잔 먹은 경우에는 평균 0.03%가 나온다. 술은 먹었지만, 불어도 0.05% 이하니 음주운전이 아닌 것이다.
물론 모든 음주운전자들이 죄다 딱 한 잔만 먹었다고 하다 보니, “딱 한 잔”이라 만 먹었다는 그 말을 항변을 믿기 힘든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3. 물건만 부수었을 뿐, 폭행은 아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화가 나서 물건을 부순 것은 폭행이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 분을 못 이겨 물건을 부수었다면 폭행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과 싸우던 도중 그 사람 앞에서 그 주변의 물건을 죄다 부순다면 그 상대는 그 얼마나 공포에 떨겠는가.
자칫하면 내가 저 산산조각난 접시처럼 되겠구나 싶고, 저 깨진 맥주병이 날 위협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폭행이란 사람에 대한 집적적인 접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한다(참 어려운 표현이지만, 판례에 따르면 그러하다). 따라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더라도, 때릴 듯 주먹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즉 주먹을 휘둘렀을 뿐 혹은 물건만 부수었을 뿐, 폭행을 한 적은 없다? 라는 변명은 말이 아니라 막걸리다.
4. 욕은 했지만, 명예훼손은 아니다?
참 이상한 말이지만 이 또한 말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강용석 변호사 사례이다.
아나운서들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을 해서 기소되었지만,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법원 또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것을 이례적으로 판결문에서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비로소 죄가 되는데, 강용석 변호사는 직업을 특정하였을 뿐 사람을 특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욕을 하더라도 누군지 특정하지 않은 채 욕을 하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변호사들은 죄다 더럽게 못 생겨서는 사기꾼이랑 하등 다를 바 없다.”라고 아무리 말을 하더라도 절대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 “임윤선”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면? 흠… 당연히 죄가 된다. 명예훼손일지 모욕죄일지는 한 번 더 따져봐야겠지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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