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기숙사에 동급생 감금ㆍ굶기며 폭행… 온몸에 멍 투성이
체크카드 빼앗아 10만원 사용하기도
경북 경산시 한 전문대 기숙사에서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기숙사 동급생을 3일간 가둬놓고 무차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치킨값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자신들이 다니는 기숙사에서 동급생을 3일간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황모(20)씨 등 5명을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고소장 등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 14일 오후 7시부터 17일 밤 12시까지 경북 경산시의 한 전문대 기숙사에서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이 대학 관광항공호텔과 김모(20)씨를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가둔 채 주먹과 옷걸이 등으로 수 십 차례 폭행했다. 이들은 김씨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하거나 양반다리로 앉혀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은 물론 성기를 잡아당기는 등 성고문까지 했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5시쯤에는 물 적신 수건으로 입을 막는 물고문을 했고, 차려 자세를 하게 한 뒤 머리부터 발끝까지 테이프를 감고 무릎을 꿇린 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김군의 체크카드를 빼앗아 10만원 가량 사용했다.
기숙사 동기생들의 악행은 김씨가 방학을 맞아 지난 18일 귀향, 부모에게 폭행 사실을 털어 놓으며 드러났다. 엉덩이 옆구리 어깨 등 허벅지 등 온몸에 멍이 생긴 김씨는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 부모는 학교 측에 항의한 뒤 지난 19일 경남 거제경찰서에 고소했다.
학교측은 부모의 항의전화를 받고 진상파악에 나섰으나 방학을 맞아 가해학생들도 모두 귀향한 뒤였으며, 전화로 확인한 결과 “김군이 거짓말을 했다”, “치킨값을 갚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가해학생들은 사과하기 위해 김군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부모 측은 "애가 원래 정상이었는데 뇌수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이라며 "뇌종양으로 다 죽어가는 애를 겨우 살여 놓았는데 이렇게 무참하게 때릴 수 있냐"며 엄벌을 촉구했다.
경산경찰서 관계자는 “피해학생의 주소지인 거제경찰서에서 1차 조사가 이뤄졌고, 22일 이송됨에 따라 피의자들을 소환해 추가 폭행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산=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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