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의견' 변호사역 윤계상
성실함이 스크린에서 배어난다. 보잘것없는 배경의 국선 변호사로 일하면서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영화 ‘소수의견’의 인물이 배우 윤계상의 현실과 포개진다. 10년 넘게 화려한 성과 없이 카메라 앞에 꾸준히 서온 윤계상의 이력은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주인공을 닮았다. ‘소수의견’의 개봉(25일)을 앞둔 윤계상을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수의견’은 철거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 살해 혐의로 복역하는 철거민 재호(이경영)의 소송을 돕는 국선 변호사 진원(윤계상)의 사연을 뼈대로 하고 있다. 운동권 출신의 이혼전문변호사 대석(유해진)과 일간지 여기자 수경(김옥빈)이 진원과 재호의 소송을 돕는 과정을 비추며 국내 법조계의 민낯을 드러낸다.
‘소수의견’은 2년 전 완성됐으나 뒤늦게 개봉하게 됐다. 2009년 벌어진 용산 참사를 연상시키는 민감한 소재라 개봉이 늦어졌다는 풍문이 돌았다. 윤계상은 “소문 속 이유로 개봉이 미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봉이 늦어지며 영화의 완성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윤계상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아이돌그룹 god 출신이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연기에 입문한지 10년이 넘었다. 영화 ‘풍산개’와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에 출연하며 호평 받았다. 오랜 연기 이력으로 이제 여유가 좀 생긴 듯 그는 “연기 못한다는 말은 참고는 하되 흘려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멋있게 나오는 것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출연 장면이 다 편집돼도 영화가 살아난다면 나는 정말 괜찮다”며 “억지스러운 장면은 오히려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편집은 돼도 출연료는 주니까 상관없다”며 그는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윤계상은 “예전엔 오직 연기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더 관심을 쏟는다”고 말했다. “흐리고 맑고 그런 인생의 면모를 많이 느끼고 싶다”며 “그런 경험이 쌓이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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