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3일 개막하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최종 통보했다. 불참 사유로는 스포츠 교류와 무관한 정치 군사적 이유를 들고 나와 당분간 민간 차원의 남북간 교류도 쉽지 않게 됐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조직위원회(공동 위원장 윤장현ㆍ김황식)는 지난 19일 북한이 북한대학스포츠연맹 명의로 대회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이메일로 전달해왔다고 22일 밝혔다. 윤장현 조직위원장과 김윤석 사무총장은 이날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19일 오후 6시31분에 조직위 이메일 계정으로 북한이 대회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메일 발송자는 북한대학스포츠연맹 전극만 회장 명의다. 김 총장은 “불참 이유로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갈 수 없다’고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 메일 수신인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에릭 상트롱 사무총장 명의로 돼 있으며 FISU 측에 확인 결과 이 같은 내용의 메일은 도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에 따라 “이메일에 담긴 북한의 진의 여부를 현재 통일부 등과 함께 확인 중”이라며 “북한의 대회 불참이 확정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윤장현 조직위원장도 “광주U대회 조직위는 북한이 메일에서 밝힌 뜻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늘 열린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북한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북한은 지난 3월 육상 다이빙 기계체조 리듬체조 탁구 유도 등 6개 개인종목과 여자축구와 핸드볼 등 2개 단체 종목에 나설 선수 75명과 임원 33명 등 총 108명 수준의 선수단 파견 신청서를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제출하고 4월엔 광주에서 열린 대표단장 사전회의에 실무진을 파견했지만, 엔트리 추가 마감기한(15일)까지 선수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대회에 불참하게 되면 이미 조 추첨을 마친 여자축구와 핸드볼 등은 재추첨에 나서야 하는 등 큰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의료 여건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인 불참 사유로 정치, 군사적 이유를 들고 나오면서 각종 스포츠 교류를 비롯한 민간 사업 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북한이 문제 삼은 유엔 인권 서울 사무소는 23일 예정대로 개소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 남북한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앞서 북한은 서울 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무자비한 징벌을 가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 8월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도 예정돼 있어 남북한 대결 구도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북한은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대회 참가 여부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으며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그나마 기대했던 스포츠 행사까지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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