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표절의 역사

입력
2015.06.22 16:06
0 0

음악 장르에서 표절 논란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도레미파솔라시, 그리고 5개의 반음 등 불과 12개의 한정된 음계로 멜로디를 구성해야 하는 제약 탓이다. 음악사의 거장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첫 소절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헨델, 모차르트도 작곡가들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 역시 표절 시비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고 한다.

▦ 대중 음악도 마찬가지다.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은 솔로 독립 직후인 1970년 ‘마이 스위트 로드(My Sweet Lord)’를 발표했다. 록 밴드 치폰스는 이 곡이 자신들의 ‘히즈 소 파인(He’s So Fine)’을 표절했다며 이듬 해 소송을 제기했다. 조지는 고의성이 없는 ‘잠재적 기억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동료 존 레논조차 표절 의혹에 동조하는 등 상황은 불리하게 전개됐다. 결국 조지는 이 곡으로 벌어들인 215만여 달러(23억6,000여만 원)의 4분의 1가량을 배상해야 했다.

▦ 록 밴드 스피릿은 팝 음악 사상 불후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이 자신들이 작곡한 ‘토러스(Taurus)’를 표절했다며 지난 해 저작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표절한 곡으로 떼 돈을 벌고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레드 제플린이 이 음악으로 얻은 수익이 2008년까지 5억6,2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하니, 표절로 결론 날 경우 천문학적 배상금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 ‘전설’ 일부 단락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과 관련,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씨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 조차 문학 표절을 법리적으로 다투는데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신씨가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은 사이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헨델은 당시 표절 의혹에 대해 “그 바보들은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도 뭘 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뻔뻔스럽지만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답변이다. 지금 독자들이 원하는 것도 의혹이 남지 않는 신씨의 명쾌한 해명 한마디일 것이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