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日 세계유산 등재에 강제징용 반영… 獨 공격적 압박 있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日 세계유산 등재에 강제징용 반영… 獨 공격적 압박 있었다

입력
2015.06.22 15:29
0 0

日, 메르켈에 한국 견제 외교전

"이웃나라와 화해를" 쓴소리만 들어

위원국 여론도 돌아서자 결국 백기

케리 국무, 한일 외교회담 중재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일 양국 국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다음 반세기를 향해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 관계 진전을 봄으로써 한일관계 새로운 50년의 원년이 되도록 하자”는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에서 한국정부 주최로 열린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앞서 윤 장관과 면담했다. 아베 총리는 “반세기전 오늘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양국 사이에 여러 과제와 문제가 있을수록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면담 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에게 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반적으로 이야기했다”고만 언급했다. 또 이날 대화가 “양국관계 개선 노력을 확대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질문 받자 “신뢰가 쌓이고 여건이 익으면 정상회담 시기도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면담에 앞서 윤 장관은 아베 총리의 선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사진을 선물했다. 사진을 받은 아베 총리는 윤 장관의 설명을 들은 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오전 11시15분께 시작한 면담은 예정된 시간인 15분을 넘겨 25분 가까이 진행됐다. 취재진 앞에서 윤 장관은 미소를 짓는 등 여유를 보였지만 아베 총리는 시종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한편 윤 장관은 아베 총리 예방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갖은 주일 한국특파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제에 관해 “양국 간에 큰 틀에서 합의가 있었다”며 “앞으로 협상 대표가 가까운 시기에 적절한 형식으로 협의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요구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한 사실을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하는 것에 대해 일본 측과 사실상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일본 산업혁명 시설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 사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국을 상대로 한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진 과정을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올 3월 방일했을 때 “한국이 세계 유산 등재와 관련한 거부권을 갖게 해도 좋은가”라며 한국을 견제했다. 이에 맞서 한국도 독일 설득에 나섰다. 산업혁명 유산을 유대인 강제수용소, 히로시마 원폭 돔 등과 같은 ‘부(負)의 유산’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

위원국 여론이 한국측 주장으로 기울자 기우치 미노루(城內實)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5월 13일 독일을 방문해 독일 국무장관에게 등록 찬성을 호소했지만, 독일 장관으로부터 “독일은 이웃나라와 화해해왔다, 일본도 노력해달라”고 쓴소리만 들어야 했다. 이어 복수의 위원국들로부터 ‘일본 입장은 지지하지만 이대로라면 기권할지 모른다’는 입장이 일본 외무성으로 날아들었다. 결국 일본은 지난 19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을 서울에 급파,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징용을 반영하라는 한국의 요구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21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정부가 중재 역할을 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