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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양현종ㆍ130㎞ 유희관, 물오른 극과 극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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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양현종ㆍ130㎞ 유희관, 물오른 극과 극 에이스

입력
2015.06.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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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양현종.
유희관.
유희관.

한 명은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 다른 한 명은 130㎞ 초반의 직구로 타자를 농락하는 투수다. 극과 극의 토종 좌완 듀오가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특급 에이스로 진화한 양현종(27ㆍKIA)이 등판할 때마다 관심사는 평균자책점을 얼마나 더 끌어내릴지에 쏠린다. 양현종은 21일 광주 kt전에서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아 시즌 평균자책점을 1.37로 하향조정했다. 다른 한 명의 2점대 평균자책점 주인공은 두산 유희관(29)이다. 그는 21일 현재 2.85를 찍고 있다. 타고투저의 방망이 숲을 뚫고 KBO리그에서 독보적인 짠물 피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기록한 마지막 1점대 평균자책점(1.82)을 넘어 역대로도 손꼽히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95년 선동열(1.71ㆍ당시 해태)을 시작으로 96년 구대성(1.88ㆍ당시 한화), 97년 김현욱(1.88ㆍ당시 쌍방울), 98년 정명원(1.86ㆍ당시 현대)까지 90년대 중반까지는 전문 선발투수가 아니면서도 규정이닝을 넘기면서 1점대를 찍은 선수가 매 시즌 나왔다. 지금 양현종의 페이스라면 95년 선동열의 기록까지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이 부문 역대 최저 기록은 93년 선동열의 0.78이다. 0점대 평균자책점은 사실상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한 꿈의 기록으로 양현종이 95년 선동열의 1.71만 넘어서도 무려 20년 만에 최저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되면서 상실감이 컸던 양현종은 오히려 불안했던 제구력까지 보완해 최고 투수로 올라섰다. 짠물 투구는 5월 하순부터 본격 시작됐다. 5월23일 광주 삼성전을 시작으로 29일 광주 NC전, 그리고 6월4일 잠실 두산전 완봉승까지 3경기에서 한 점도 내 주지 않는 등 25이닝 연속 무실점 쾌투를 했다. 지난 10일 넥센전에서 6⅔이닝 2실점했지만 16일 잠실 LG전에서 다시 6이닝 무실점, 21일 kt전 무실점으로 현란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15차례 등판 가운데 13번이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며 투구 이닝도 98⅔이닝으로 LG 소사(99⅔이닝)에 이은 2위다. 양현종은 “평균자책점보다 이닝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과 같은 무결점 피칭을 이어간다면 많은 이닝을 소화할수록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희관은 ‘잠실 사나이’다. 올해 잠실 10경기에서 8승1패,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했다. 그는 현재 잠실 8연승, 홈 7연승 중이다. LG 에이스 소사가 잠실 11경기에서 4승4패를 거둔 점을 볼 때 두산 에이스는 넓은 잠실 구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 유희관은 유독 잠실에서 강한 점에 대해 “야수들을 믿고 던질 뿐”이라고 했다. 그는 “타 구장에서는 간혹 빗맞은 타구도 홈런으로 연결되지만 잠실에선 그런 일이 없다. 좀더 여유를 갖고 던지려고 한다”며 “홈이니 아무래도 편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1일 잠실 롯데전에서 8이닝을 2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올 시즌 KBO리그 토종 투수로는 최초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삼성 피가로(10승3패)와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유희관은 특히 두산 왼손 토종 투수로는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날 유희관은 완급 조절도 좋았지만, 야수들이 화끈한 득점 지원과 철벽 수비를 보인 덕에 편안히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 세 차례나 엄지를 치켜드는 ‘따봉’ 세리머니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첫 장면은 2-0으로 앞선 3회였다. 1사 후 상대 8번 백민기가 때린 타구를 2루수 오재원이 넘어지면서 포구했고, 앉아 있는 상태로 1루에 던져 투 아웃을 만들었다. 6회에는 유격수 김재호가 역시 백민기의 안타성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1루에 정확히 뿌렸다. 계속된 2사 1루에서는 중견수 정수빈이 아두치의 정타를 펜스에 부딪히며 낚아챘다.

야수들은 타석에서도 화끈했다. 상대 에이스 린드블럼을 맞아 1회부터 2점을 뽑아내더니 3회 2점, 5회 1점 등 클리닝타임 이전에만 5점을 올려 승기를 잡았다. 내친 김에 두산 야수들은 뒤이어 나온 롯데 불펜 투수들도 두들겼고, 총 16개의 안타로 시즌 첫 번째 선발 전원 안타까지 기록했다. 이처럼 두산은 유희관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4.64점의 득점 지원을 해주고 있다. 리그 선발 투수 가운데 이 부문 1위다. 오죽했으면 장원준(두산ㆍ2.42점)이 유희관에게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바꾸자. 네가 던지는 날 유독 점수가 많이 난다”고 부러워했을까.

어느덧 시즌 평균자책점을 2.85까지 떨어뜨린 유희관은 “올해는 가급적이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려 더 신경 쓰고 있다. 주자만 없다면 힘을 빼고 던져 맞혀 잡는 투구를 하고 있다”면서 “최고의 야수들이 뒤에 있는데 너무 어렵게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10승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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