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한 여자더라고요.” 영화 ‘암살’에 출연한 배우 최덕문이 전지현을 두고 한 말이다. 전지현은 22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암살’제작발표회에서 동료 남자 배우에 “독한 여자”라는 얘기를 두 번이나 들었다.
이유가 있다. 총격전 장면을 거침 없이 소화한 덕이다. 전지현이 영화에서 맡은 역은 독립군 내 저격수 안옥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영화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그녀는 1930년대에 쓰던 큰 기관총을 자연스럽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입에 총탄을 물고 총에 총알을 장전하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지현과 총격전 장면을 찍은 최덕문은 “촬영할 때 기관총을 쏘면 나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게 되는데 전지현은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더라”며 촬영 후일담을 들려줬다. 영화 속에서 독립군이 된 전지현은 “총을 쏘는 연습을 가장 중점적으로 했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촬영을 하다 자연스러워졌고 어느 순간엔 ‘오늘 스트레스 쌓이는 데 총 좀 쏴야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편해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전지현은 ‘암살’에서 여전사로 거듭난다. 전작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도둑들’과 달리 웃음을 지우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도둑들’에 이어 전지현과 두 번째 작품 호흡을 맞추게 된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이 ‘도둑들’에서 빨리 속내를 말하는 즉흥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암살’에서는 속을 많이 감추고 진지하며 그 내면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로 새로움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는 1930년대 한 사진에서 비롯됐다. 최 감독은 “(당시를 배경으로 한) 여성분들이 앉아있는 사진을 보는데 이상하게 서글퍼지더라”며 “이 사진 속 여성이 암살단의 한 명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란 생각에서 캐릭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지현이 출연하는 ‘암살’은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청부살인업자들의 얘기를 담는다. 전지현은 “’도둑들’로 해외 프로모션 다닐 때 최 감독의 차기작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며 “그때는 지금의 ‘암살’과는 콘셉트가 달랐지만 이후에 나온 대본을 보고 캐릭터도 다양하고 이야깃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재미가 있어 깜짝 놀라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념 어린 독립군 여인이 극을 이끈다는 점도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전지현은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의 소재를 찾기 힘든데 이런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 촬영을 하면서 독립심 같은 것을 느꼈다”며 “관객들에 힘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보탰다. 전지현은 영화에서 이정재ㆍ하정우와 호흡을 맞춘다. 이정재는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을, 하정우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피스톨 역을 각각 연기해 작품에 긴장감을 높인다.
최 감독은 전작인 ‘전우치’와 ‘타짜’ 등에서 긴박한 사건 속에 코믹한 캐릭터를 넣어 웃음을 살려왔다. 그는 독립군을 다룬 ‘암살’을 두고 “내겐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최 감독은 “잊을 수 없는 기억에서 시작하는 장르 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타짜’를 끝낸 뒤 ‘암살’제작을 꿈꿨고, 쉽지 않아 한 번 시나리오를 접고 (역사에 대해)공부해가며 ‘암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내달 22일 개봉한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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