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에 경의선 철도가 지나간다. 버스를 타고 외출하거나 산책길에 그 옆을 지나칠 때가 많다. 기찻길 주변으론 새로 지은 지하철역과 아파트 따위가 늘어서 있으나 이곳이 멀지 않은 옛날, 한적한 시골 동네였을 거라 여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물론 그 무렵엔 이곳에 살아보지도, 다녀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기찻길을 지날 때면 내가 살아보지 않은 그 시절로 돌연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잠기곤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좁은 두 개의 선로. 가는 방향이든 오는 방향이든 늘 같은 지점에서 모래시계처럼 일정하게 반복되는 길. 어떤 무한에의 징조와 유한에의 절감을 동시에 자각케 하는, 길지만 한정된 수평의 진자.
그래서일 것이다, 기찻길을 옆에 두고 길을 걸으면 지난 시간들이 줄지어 나를 감상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그 아득한 소외와 일탈감이 짐짓 푸근해 나는 자주 그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올 땐 꼭 이 동네에 아주 어릴 적 내가 살고 있는 기분이다. 골목에서 마주친 꼬마가 어릴 때 나와 너무 닮아 보이고, 거주한 지 고작 1년 남짓 된 이 동네가 전 생애를 걸고 부대낀 영혼의 한정된 처소인 듯 여겨진다. 나는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걸까, 이곳에서 영원히 다른 시간을 꾸미고 싶은 걸까. 어느 쪽이든 같은 마음 아닐까. 오래도록 같이 하나, 끝끝내 합치지 못할 두 개의 선로처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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