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 포기한 유희관, 그는 에이스다
두산 유희관(29)은 정신적으로, 기술적으로 모두 에이스였다.
유희관은 21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시즌 10승에 성공했다. 총 9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 몸에 맞는 공은 없었으며 상대 중심 타선 황재균-최준석-강민호에게 무안타로 철벽 피칭을 했다. 두산의 10-0 완승.
이로써 유희관은 잠실 8연승, 홈 7연승을 달렸다. 또 시즌 10승(2패)째로 KBO리그 토종 투수로는 최초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삼성 외국인 투수 피가로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수가 된 그는 특히 두산 왼손 투수로는 최초로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는 구단 새 역사도 새로 썼다. 작년에도 유희관은 구단 최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성공한 바 있다.
유희관은 이날도 직구 최고 시속은 133㎞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주무기 싱커, 커브, 슬라이더를 고르게 섞어 던져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5회초 2사 후 상대 6번 손용석에게, 6회초 2사 후 1번 정훈에게 맞은 좌전 안타가 전부였다. 그가 8회까지 2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던진 공은 고작 94개. 시즌 두 번째 완봉을 노려볼 만한 페이스였다.
하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건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늘 24일 선발 등판이 유력한 그에게 국내 마운드와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자 “오늘은 무조건 등판해 1이닝을 맡기겠다”고 이미 공언한 터였다. 유희관은 아쉽지만 바통을 넘겼다. 한용덕 투수 코치가 8회를 마치고 “여기까지 던지자”고 하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관은 경기 후 “그 동안 컨디션이 들쭉날쭉 했는데 트레이너분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오늘 밸런스가 좋았다. 많은 점수를 뽑아준 야수들에게 고맙다”며 “두 자릿수 승수보다 팀 승리가 더 기쁘다. 올 시즌 페이스가 너무 좋아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봉승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팀을 위해선 기꺼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스와잭이 공도 빠르고 잘 할 것 같다.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박동원의 끝내기 스퀴즈로 LG를 4-3으로 꺾었다. 넥센은 2-3으로 뒤진 8회 박병호의 솔로포(22호)로 동점을 만든 뒤 9회말 1사 3루 찬스를 잡았다. LG는 좌익수 박용택을 1루로 이동시키며 내야 수비만 5명이 들어서는 수비 시프트로 맞섰지만, 박동원은 깜짝 스퀴즈 번트로 3루주자 유재신을 불러들였다. 시즌 첫 번째이자 통산 32번째 끝내기 스퀴즈다.
광주에서는 KIA가 선발 양현종의 7이닝 무실점 역투와 3회에만 6점을 뽑아낸 야수들의 집중력을 앞세워 kt를 7-0으로 물리쳤다. KIA는 kt전 8전 8승이다. 창원에서는 NC가 한화를 6-0으로 제압했고, 인천에서는 삼성이 SK를 4-3으로 눌렀다.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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