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뒤늦게 양성으로 확인된 112번 환자가 20일 확진 열흘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잘못된 검사 결과로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1,2차 검사 때 음성 판정을 받아 안심했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많아 검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상태가 호전돼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112번 환자인 김모(63ㆍ남)씨는 지난달 27일 암 환자인 아내의 진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30일 오전부터 오한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후 실시한 1,2차 유전자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2일부터 격리가 해제됐고, 보건소에서 매일 증상을 체크하는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근육통과 기침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나 전주보건소에 다시 신고했고, 3차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와 10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처음 증세가 나타난 지 11일만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지역거점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씨는 확진 판정 열흘 만에 급성 호흡기능 상실로 사망했다.
김씨의 아들은 “첫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서 아버지는 집에서 해열제와 감기약 등을 복용하며 고통을 참았다”며 “처음부터 양성이 나왔으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믿고 방치한 게 너무 아쉽고,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메르스 전북대책본부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잘못 됐다기보다 첫 검사 당시에는 메르스가 아닌 감기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씨가 평소 앓았던 당뇨와 허혈성 심장질환이 상태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9번 환자인 평택경찰서 이모(35) 경사도 비슷한 경우다. 이씨 역시 첫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지난 3일 서울의료원에 격리됐으나 2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바뀌어 다음날 퇴원했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돼 다시 실시한 두 차례 검사 모두 양성이 나와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30대인데다 지병도 없었지만 한 때 심폐기능 보조장치인 에크모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었다.
반면 조기에 메르스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완치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 18일 일주일만에 퇴원해 ‘퇴단기 완치자’로 기록된 삼성서울병원 의사 박모(37ㆍ138번 환자)씨는 10일 처음 증상이 나타나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18일 퇴원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 43명의 퇴원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나타난 후 바로 확진 판정을 받고, 빨리 치료를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가 뒤바뀌는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메르스 검사는 기관지 깊숙한 곳인 ‘하기도’에서 가래를 채취해야 가장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데, 발열 등의 증상만 있고 가래가 없는 사람은 채취가 어려워 정확히 판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산시는 호전돼 음성 판정을 받은 143번 환자(31)에 대해 “22일쯤 다시 검사를 할 것”이라며 “이 때 음성이 나오면 퇴원 조치할 예정이지만 시민들의 감염 우려가 있어 퇴원 후 2주 동안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르스 확진자는 이날 3명이 추가돼 169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34)와 건국대병원 방사선사(36)가 추가 감염됐고, 강동경희대병원에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53세 남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퇴원자는 7명 늘었고, 사망자는 1명 늘어 퇴원자와 사망자는 각각 43명, 25명으로 집계됐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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