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잦은 회의는 스트레스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인간관계, 근무시간, 출퇴근, 인사고과와 함께 회의가 직장인의 ‘5대 스트레스’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싫다고 안 할 수는 없어도, 가급적 피하고 싶은 건 이유 없이 길어지는 회의일 겁니다. 회의시간이 길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논의는 종종 산으로 가고, 회의(會議)에 회의(懷疑)만 늘어날 테니까요. 자연히 이런 생각도 들겠죠. “이게 무슨 시간낭비, 돈낭비람? 이 사람들 몸값만 계산해 봐도 엄청날 텐데….”
그런데, 이런 계산을 실제로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회의에 소요되는 직간접 비용을 알게 되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생각입니다.
교보생명이 ‘회의비용 계산제’를 도입한 건 약 10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신창재 회장의 아이디어라는데요. 지금은 회의비용을 계산하는 전용 프로그램까지 있어, 참석자 명단과 준비시간만 입력하면 이 회의가 얼마짜리인지 자동 계산된다고 합니다.
이사 1명, 부장 1명, 과장 4명이 들어오는 한 시간짜리 회의를 예로 들어보죠. 편의상 이사 연봉 1억원, 부장 7,500만원, 과장 5,000만원이라 가정하고, 연간 근무시간을 각 2,500시간이라 칩시다. 그러면 한 시간 회의에 들어가는 ‘순수 몸값’은 이사의 시급 4만원에, 부장 시급 3만원, 과장 4명의 시급 8만원까지 모두 15만원이 됩니다. 여기에 각종 준비 비용과 시간, 회의를 도운 사람의 시급 등까지 합치면 수십만원으로 불어나겠죠.
교보생명이 이렇게 산출된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의 문건 제일 앞에 비용을 명시하고, 회의 주재자가 참석자들에게 환기를 시키는 정도로 쓰입니다. “당신 몸값의 소중함을 알라”는 메시지를 알려서, 참석자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게끔 유도하는 차원이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주는 압박 때문에라도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여러분의 직장에서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 선택은 자유지만, 제도의 취지만큼은 되새겨 봤으면 합니다. 회의에 들어온 사람들의 소중함과 그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면, 쓸데없이 회의를 길게 끌어 참석자들의 진을 빼는 일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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