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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전략 부재가 자초한 메르스

입력
2015.06.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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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美 지도부 9ㆍ11 예상 보고서 묵살

미래 예측ㆍ대비 국가생존전략 핵심인데

전략 없인 전염병 재해 테러 또 닥칠 것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수개월 전에 한국 상륙 가능성이 있다는 몇몇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핵심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국가 존망이 걸릴 수 있는 일인데도 이를 무시하거나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결과가 너무나 혹독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국가나 기업의 대전제는 생존이다. 생존해야 더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교한 미래예측과 철저한 대비뿐이다.

미래예측은 국가정책에서나 기업경영에서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국가나 기업이 세계트렌드의 변화, 주변국의 행태, 이상기온 등 환경변화, 물과 자원의 고갈 등에 대해 과학적인 예측을 한다면 생존은 물론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 반대는 물론 도태다. 몇 가지 역사적인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수년 전부터 일본의 침략 징조가 있었다. 율곡은 임란 10년 전에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인 선조는 이를 묵살했고 그 결과 한반도는 왜군의 총칼 아래 피로 물들었다. 임란의 참혹함을 겪은 류성룡은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훗날의 위기에 대비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징비록’을 썼다. 그러나 300년도 채 되지 않은 1910년 조선은 다시 일제에 국권을 찬탈 당했다. 일본에 그렇게 당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대비하지 않은 어리석음 탓이다.

미국의 사례도 있다. 9ㆍ11 테러가 일어나기 7개월 전인 2001년 2월이다. 미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 공습을 예견하는 보고서가 부시 대통령 책상 위에 놓였다. “현재 최대 안보 위험은 워싱턴ㆍ뉴욕 주요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 대비해야 한다.” 정확하게 9ㆍ11 테러를 예견한 사람은 바로 미래예측가 피터 슈워츠였다.

그러나 부시는 이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체니 부통령에게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주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통령도 이를 무시했고 이후 전대미문의 테러가 발생하고 말았다. 미국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뉴욕과 워싱턴은 공포의 도가니가 되었다. 경제 피해도 심각했다.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11억 달러를 잃었고, 테러응징을 위한 군비로 400억 달러를, 재난극복 원조로 111억 달러를 써야 했다. 9ㆍ11로 미국은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고, 세계 패권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초유의 국가부도사태를 겪었다. 천문학적인 국가재산이 날라갔고 실직자들이 거리를 메웠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와 금융전문가, 정책결정자들이 있었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미래도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기능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예측과 이에 대한 대비는 국가생존전략의 핵심이다.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사회,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예측과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론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미래학’이다. 미래학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학문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없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 지속 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인력 10만 양병’이 필요하다. 미래에 일어날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과학, 환경은 물론 정치, 교육, 사회 등 융복합적 접근이 필수다. 당연히 대학의 미래학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메르스에 이어 다시 무엇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까? 우리는 역사에서도 지혜를 찾고 환경변화에서도 길을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는 물론 자연재해, 전염병 창궐, 전쟁과 테러 등 모든 것이 심각한 생존위협이 될 수 있다. 미래를 제대로 예측해 대비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장영권 국가미래전략원 대표ㆍ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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