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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저축 증가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입력
2015.06.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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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기예금 등에 가입해 목돈을 만들어보려는 가계의 저축 욕구가 저금리 탓에 줄어든 때문이다.

저축을 하지 않은 돈 일부는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투자 기회를 기다리고 일부는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유입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가계가 예금은행에 돈을 맡긴 총예금액은 547조7,3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조5,508억원(5.1%) 늘었지만, 이 중 저축성 예금(492조504억원)은 3.8% 증가에 그쳤다.

월별로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을 보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1.0% 이후 6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증가율은 2008년 10월 8.0%로 높아지고서 서서히 상승해 2009년 8월과 2010년 7월에 각각 17.3%에 달하는 등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고서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대체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이 2012년부터 기준금리를 내려 저금리 상황이 심화하자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으로 돈을 불리려는 욕구가 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저금리 때문에 대기성 자금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이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4월 말 현재 55조6,8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5,344억원(18.1%) 늘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은행에 돈을 맡기더라도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쓰려고 기다리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가계 자금은 벌써 은행 밖으로 빠져나왔다.

증시의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 말 현재 20조9,9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2,389억원(42.3%)이나 증가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달과 이달 중에도 20조∼22조원대에서 움직이디가 지난 18일 현재 20조5,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과 보험사 등에서 판매되는 금전신탁의 수신잔액도 4월 말 기준 316조9,6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조4,163억원, 20.7%나 불어났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채권(ELB)의 미상환 잔액도 2월 말 현재 56조5,6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931억원(43.3%) 증가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은 "ELS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은행 이자보다 괜찮아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고배당주 펀드 등도 많이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시중금리가 더 낮아지면 단기 부동화하거나 위험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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