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소설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가 신씨에 대한 검찰 조사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문학 표절을 법리적으로 다투는 것은 문단의 성찰과 자성을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본래 문제를 제기한 취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신씨는 18일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으로부터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이씨는 20일 이메일로 입장문을 보내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며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검찰 조사는 반드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미개 사회가 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사안이 변질되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며 “누군가 어떤 일을 개선하고자 메시지를 던졌을 때 이렇게 저마다 악용하고 나선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개선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번 사태에 편승하려는 문인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 이후 문단의 알만한 사람들이 나에게 전화해 다른 표절 사건들을 제보하며 자기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며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이 왜 평소엔 신경숙씨 앞에서 아무 말도 못했나”고 성토했다. 그는 “2000년에 이미 신씨 표절을 고발한 논문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부끄러워해야 할 건 신씨가 아니라 우리”라며 “한국 문학을 망친 건 지금 갑자기 나서서 신씨를 헐뜯는 우리 모두다”라고 말했다. 2000년 논문은 문학평론가 정문순씨가 문예중앙 가을호에 실은 것으로 이번에 이씨가 제기한 신씨의 표절 의혹도 다루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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