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인터넷은행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업의 진입이 수월토록 문턱을 낮춘 것이 골자다. 방안에 따르면 은행법상 현행 4%인 산업자본(기업)의 은행지분 보유한도가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대폭 높아진다. 은산(銀産)분리 조항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최저자본금도 현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 원이다. 반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61개 대기업집단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대주주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25%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하고,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은 은행이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점포만 없을 뿐 영업범위도 원칙적으로 일반은행과 차별을 두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다음카카오 등 IT에 기반한 기업 등은 기술접목을 통해 핀테크를 발전시킬 여지가 생긴다. 유통이나 인터넷포털, 카드, 통신, 인터넷상거래, 소셜커머스 기업 등도 기술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은행법 개정이 뒤따라야 가능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9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금융위는 우선 현행법 테두리에서 적격성을 갖춘 1~2곳에 연내에 시범인가를 내줘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뒤 법 개정 추이에 따라 추가 인가하는 단계적 접근을 선택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일단 인터넷은행 출범이 가능해졌다. 신규은행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처음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인터넷은행 설립이 가능해진 것은 바람직하다. 그 동안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높은 장벽 때문에 금융분야 발전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2000년 초부터 인터넷은행들이 출범했다. 미국의 찰스슈워브뱅크, 프랑스 BNP파리바, 일본의 라쿠텐뱅크, 중국 위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은행의 장점은 점포가 없기 때문에 저렴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해있던 기존 은행들의 혁신과 경쟁을 촉발하는 ‘메기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우려도 있다. 50% 지분을 가진 산업자본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여전히 확실치 않기 때문에 ‘사금고화’가능성은 남아 있고, 보안문제도 걱정이다. 혁신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차별화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금융사고 위험성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 건 아니다.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부작용을 막을 장치를 꼼꼼히 만들고,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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