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가톨릭 최고 권위 사목교서인 ‘회칙’을 통해 이례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부유한 나라들과 경제시스템을 비판한 것을 두고 환영과 비판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교황은 이날 ‘찬미를 받으소서’라는 제목의 181쪽 분량 회칙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자기 파괴적인 기술 등이 우리의 자매, 어머니 지구를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했다”며 “지구를 오염시키며 성장한 부유한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돕고, 일부 국가는 저성장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연말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는 지구와 가난한 사람들의 절규를 경청해야 하며, 지구를 구하려면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는 국제적 합의가 시급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교황이 회칙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신학과 믿음의 문제로 정의하고, 지구 훼손을 야기한 자본주의 등의 문제를 꼬집어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를 두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우선 올 12월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둔 유엔과 줄곧 빈곤과 기후변화를 관련 지어 설명해 온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는 교황의 메시지를 반기는 분위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칙 발표 직후 “전 세계가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데 그토록 강력한 지지를 보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교황의 회칙은 기후 변화와 빈곤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상기시킨다”며 “인간의 행동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다른 종교 관계자들도 교황과 뜻을 함께할 것을 시사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전날 트위터에 “기후 변화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하나돼 싸워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고, 북미이슬람소사이어티(ISNA)의 이맘인 모하마드 마지드도 “지구를 지키려면 모든 종교인이 하나가 돼야 하는 만큼 교황의 요청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판 목소리도 적잖다. 미국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17일 “종교를 통해 정치 영역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사람답게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 하버드대에서 환경경제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는 로버트 스타빈스도 “교황의 뜻은 존경하나 이 분야 전문가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이는 세계의 경제 질서나 자유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교황의 고향 아르헨티나가 포함된라틴 아메리카의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교황 문헌 중 수신자 범위가 가장 넓고 구속력이 강한 회칙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10억여 가톨릭 신자에게 전파된다. 보통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오늘의 사회, 윤리적 문제에 비추어 해석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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