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신형철, 본지에 답변서
문학동네 진영서 첫 기명 입장
권희철 평론가도 "상당히 유사"
신씨, 사기 등 혐의 검찰 고발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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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있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신경숙 소설가의 일본 소설 표절 논란과 관련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절로 보는 게 맞다는 의미다. 그는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신경숙 작가의 책을 가장 많이 펴낸 출판사로, ‘외딴방’ ‘깊은 슬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리진’ 등이 여기서 나왔다. 창비가 17, 18일 연달아 입장표명을 한 데 반해 문학동네는 지금까지 정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신형철 평론가의 답변은 출판사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문학동네 진영 비평가로서 신경숙 논란에 대한 첫 기명 입장인 셈이다.
신형철씨는 19일 한국일보에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문제가 된 우국(미시마 유키오)과 전설(신경숙)의 해당 부분이 “거의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문장’ 단위라면 몰라도 ‘단락’ 단위에서 또렷한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로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표절을 확인하면서 그는 “과정이 어떠하였건 ‘우국’과 ‘전설’ 사이에 빚어진 이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작가의 자문(自問)과 자성(自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작가에게 쏟아지는 무분별한 비판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신경숙 작가의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작품들에 제출한 상찬을 철회할 이유도 없다”며 “그래서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사과하고 이를 창작활동의 한 전기(轉機)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신형철씨에 이어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권희철 문학평론가도 의견을 밝혔다. 권씨는 “의식적 표절이 아니더라도 해당 대목이 상당히 유사한 것은 분명하다”며 “존경하는 작가에게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만 문장까지 비슷해지는 건 조심해야 한다. 문단이 이를 너무 소홀히 여긴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익명의 취재원이 넘쳐나는 이번 사태에서 신형철, 권희철씨 등 주류 출판사의 젊은 비평가들이 입을 연 것은 유의미하다. 원로 비평가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의견 표명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들의 발언은, 문단 내 자성의 목소리이며 향후 적극적인 담론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권씨는 “이미 비공식적 채널로 토론이 시작됐다”며 “가을 문예지에 이번 사태가 어떻게 다뤄질지는 모르겠으나 관련한 담론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23일 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연다. 오후 4시 홍대 앞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선 이동연 문화연대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가 발제를 하고 지정토론자로 심보선 시인,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정은경 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나선다.
한편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이날 신경숙 작가를 업무 방해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 원장은 고발장에서 신씨가 표절 논란을 일으킨 책을 출간해 출판사 창비를 속이고 부당하게 인세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 아래는 신형철씨 답변서 전문이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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