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교회 난사 용의자 검거…증오범죄 본격 수사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깊은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용의자 딜란 루프(21)가 범행 하루만인 18일(현지시간) 오전 검거됐다.
경찰은 루프를 공개 수배하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인 끝에 노스캐롤라이나 쉘비의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에 타고 있던 그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레그 멀렌 찰스턴 경찰서장은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경찰이 루프의 승용차로 접근한 뒤 별다른 저항 없이 그를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검거 당시 루프는 무기를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루프를 검거함에 따라 이번 사건을 루프의 단독범행이자 '증오 범죄'로 보고 범행 동기를 캐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이 현지 경찰과 공조해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왜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희생자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번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루프가 21세 생일을 맞은 지난 4월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45구경 권총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는 올 들어서만도 마약 사용과 무단침입 등으로 2차례 기소된 바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용의자 루프는 17일 오후 9시께 찰스턴 시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잠입해 지하 예배실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신자들에게 마구 총을 쏜 뒤 달아났다.
그는 총을 쏘기 전 한 시간가량 교회에 앉아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여성 6명과 남성 3명이 숨졌다. 이 교회의 흑인 목사이자 주 상원의원인 클레멘타 핑크니도 숨졌다.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는 매주 수요일 저녁 성경 공부모임을 열어왔다.
이번 사건은 12명이 사망한 2014년 9월 워싱턴 해군시설 총격 사건 이후 미국내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희생자를 낳은 총격은 비극"이라며 "우리가 평화와 안식을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사망에 특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이런 종류의 대량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총기 규제 문제를 다시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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