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 前 보훈처장 방산비리 수사 "검은돈 흘러간 정황… 곧 소환"
형인 김진 前 주택공사 사장도 수뢰 혐의로 두 번이나 처벌 받아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이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사업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후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정부(MB) 시절인 2008~2011년 보훈처장을 지낸 그는 백범의 둘째 손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와일드캣 제작사인 영국ㆍ이탈리아 합작 ‘아구스타웨스트랜드’(아구스타)에서 ‘검은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있다.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지만, 조만간 검찰청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백범의 후손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불명예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전 처장의 형이자 백범의 장손인 김진(66)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주공 사장 시절이던 2004년 8월, 대검 중수부는 광고업체와 협력업체 등에서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그를 구속 기소해,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1억8,6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2005년 8월 형기를 5개월 남기고 가석방됐으나, 이듬해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의해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또 다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에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백범가(家)로선 장손이 뇌물수수 혐의로 연거푸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타격이었다.
그런데 9년 만에 또 다시, 이번에는 차손(次孫)인 김 전 처장까지 사법처리 위기에 놓이게 됐다. 프랑스 방위사업체인 아에로스파시알의 한국 지사장과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수석 고문, 국내 방위사업체 DKI 대표이사 등을 지낸 김 전 처장은 방산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2005년 8월~2008년 3월 주 상하이 총영사를 맡아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외에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아구스타에서 수억원의 뭉칫돈이 김 전 처장 쪽으로 흘러나간 정황을 포착, 자금 흐름을 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신형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과 관련, 그가 군 고위층을 상대로 후보군 기종 선정이나 최종 결정 단계에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6명의 전ㆍ현직 해군관계자들이 와일드캣 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한 이유, 즉 범행 동기 규명에 있어서 김 전 처장이 ‘키맨’ 역할을 할 개연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금은 수사 초기 단계여서 속단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백범가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일제 시절 광복군을 창설한 백범은 ‘국군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의 아들인 김신(93)은 광복 후 공군참모총장을 지냈다. 3대인 김진 전 사장과 김양 전 처장, 3남 김휘(60) 전 나라기획 이사는 물론, 이들의 아들들까지 모두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했다. 지난해 “4대에 걸쳐 복무 기간만 총 335개월에 이른다”면서 병무청은 백범 가문을 ‘병역 명문가’로 선정했지만, 방산비리에 김 전 처장이 연루되면서 그 빛도 바래게 됐다. 김신 전 총장은 2013년 펴낸 회고록에서 “백범 김구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자랑의 원천이었지만, 늘 나와 가족의 어깨 위에 드리워진 버거운 숙명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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