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에 소비자원 상담 증가
경기 안성시에 사는 이모(31ㆍ여)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14일로 예정됐던 아들의 돌잔치를 얼마 전 취소했다. 하지만 행사 계약을 맺었던 업체는 이씨에게 예약금 30만원 반환을 거절하는 것은 물론, 위약금으로 100여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예상치 못했던 큰 금액에 놀랐지만 업체 측은 “행사 잔여일이 15일 이내일 경우 보증인원 식대의 7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계약서 문구를 들이대며 요지부동이었다. 이씨는 18일 “천재지변에 준하는 전염병 탓에 어쩔 수 없이 잔치를 취소했는데 업체의 손해를 감안해도 위약금 70%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21일 서울 강남에서 돌잔치를 열 예정이었던 김모(34ㆍ여)씨도 보증인원의 20%에 해당하는 70여만원을 위약금으로 물어낼 판이다. 계약서에 예약금 30만원과 돌상 패키지 40만원도 돌려 받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어 실제 손해액은 100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가뜩이나 속상한데 업체 측과 위약금을 놓고 입씨름까지 해 감정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의 불똥이 ‘초보 엄마들’에게까지 튀었다. 한 대형 육아커뮤니티에는 이달에만 돌잔치 문의 글이 40여건 올라왔다. 소비자원 상담 내용을 올리는 등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실제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1~31일 외식품목 소비자 상담은 한 건도 없었지만, 이달 들어 갑자기 394건의 관련 상담이 들어왔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외식품목 상담 대부분이 돌잔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원도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분쟁기준에 행사 잔여일 2개월 이내에만 보증인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도록 명시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이라며 “개별계약서가 존재할 경우 양자간 계약이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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