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사 창비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에 흔들리고 있다. 17일 신씨의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해명이 오히려 역풍을 맞자 18일 창비는 긴급 회의를 열고 다시 입장문을 내 사과했다. 그러나 출판사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창비 강일우 대표이사는 이날 발표한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 드린다”며 “많은 독자들께 실망을 드렸고 분노를 샀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비난을 받은 1차 입장문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우국’과 신경숙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뚜렷하게 표절 여부에 대한 입장과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공론에 귀 기울이겠다”고만 언급했다. 또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조치를 내놓은 것도 아니어서 창비 관계자조차 이견을 밝히고 있다. 창비 한 관계자는 2차 입장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창비가 할 일은 문제가 된 작품을 절판시키고 앞으로 표절을 막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처 없이 사과를 하는 건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규탄했다. 신씨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이다 보니 거대한 비판 앞에 겁에 질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출판사가 비호할 것이 아니라 작가와 만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다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창비는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 “우주적 궤변” “시대의 양심이었던 창비답지 않은 해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수현기자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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