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환자 나온 대구 대명동 둘러보니…
18일 낮 12시30분 메르스 154번 환자(52)가 자주 다녔던 대구 남구 대명시장. 160여 개 점포에 230여 명의 상인들이 있는 이 시장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환자가 12일 식사를 했던 식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인근 식당과 가게에도 손님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시장 골목 끝에서 잡곡을 판매하는 상인은 졸고 있었고 일부는 길 가운데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평소 하루 5000여 명이 붐비던 시장이 최근 썰물 빠지듯 손님이 줄어 하루 50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박윤규(55) 대명시장 상인회장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 사태가 한 달은 가지 않겠느냐”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인들의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가 근무했던 대명3동주민센터는 폐쇄된 상태였다. 항상 주차난을 겪던 골목이지만 주민센터 폐쇄로 차 댈 곳이 늘려 있었다. 근처 식당과 미용실도 문을 열기는 했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미용실 원장은 “며칠 전에 예약한 손님이 있어서 문을 열었다”며 “문을 열고 있어나 닫고 있으나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이날 오전 11시 대구 남구 대명5동 동명목간. 환자가 발열 증세를 느낀 다음날 찾은 이곳에는 마침 건물 방역작업을 마친 보건인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4층이 접수창구와 여탕, 남탕, 헬스클럽으로 된 동명목간은 이날 텅빈 주차장 옆 1층 세탁실만 열고 그 동안 밀린 수건을 빨고 있었다. 장성훈(47) 동명목간 대표는 “목욕장과 연결된 헬스클럽 회원들의 환불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하루에 손해가 몇 백만원이나 된다”며 영업 재개를 요구했다.
대구시도 이날 오전에는 동명목간을 19일 오전6시부터 다시 여는데 동의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자연상태에서는 72시간 지나면 사라지고, 지정된 약품을 뿌리고 닦으면 48시간 안에 소멸하기 때문이다. 목욕탕 자체는 메르스 청정지역이 됐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 목욕탕을 이용한 자가격리 대상자 62명 중 신원이 확인된 경우가 32명으로, 미확인 격리대상자들이 동네 목욕탕을 다시 찾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할 말을 잃었다.
결국 대구시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목욕탕 문을 열지 않기로 업주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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