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가 출범했다. 국회는 본회의 표결에서 56.1%의 찬성으로 그의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김대중 정부 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DJP(김대중ㆍ김종필)연합체제의 산물인 이한동 총리, 전임 이완구 총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찬성율이다. 야당 의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진 게 분명해 사실상 반쪽 총리로 출발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완구 전임 총리가 물러난 지 52일 만에 총리 공백 사태를 끝내게 된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메르스 사태 한 가운데서 내각을 통할하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황 총리의 어깨는 실로 무겁다. 과연 그가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검찰과 법무부장관 재직 시 공안통으로 이미지가 고착된 그다. 지금 총리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인 국민통합 및 원활한 소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집권 후 줄곧 논란이 돼온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문제를 보완해 줄 것이라 기대할 만한 구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총리가 됐다고 해서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와 변호사 시절의 수임 관련 의혹 등은 결코 해명된 게 아니다. 자료제출 거부작전 성공으로 비껴갔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죄질’은 한층 나빠졌다. 그의 종교관 역사관도 일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도덕성 등 여러 측면에서 역대 최악의 총리라는 야당의 주장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신임 총리 신분으로 오늘 처음 출석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인사말을 통해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에게 포괄적인 유감표명을 한다지만 과연 국민과 야당 의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다.
황 신임 총리는 앞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러한 멍에를 지고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 안 된다. 국민에게 크게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낮고 겸허한 자세로 직무 수행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그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지도 의문스럽지만 설사 맞다 해도 그런 덕목만으로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당면 현안들을 풀어내기는 어렵다. 발등의 불인 메르스 사태만 해도 장악력과 관리능력에 앞서 투명성과 원활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대통령 지시만 따르는 총리에 머물러서는 기대할 게 없다. 일반국민, 야당과도 소통하며 소신 있게 헌법에 규정된 총리 역할을 다 할 때 당면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으며, 이 정부 들어 이어지고 있는 총리 잔혹사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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