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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걸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장재인의 희귀병 그리고 윤종신의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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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걸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장재인의 희귀병 그리고 윤종신의 '의리'

입력
2015.06.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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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이 3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 '리퀴드(Liquid)'를 듣고 있으면 그녀가 보내왔을 시간의 무게가 들려온다.

장재인은 2010년 엠넷의 '슈퍼스타K2'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통기타의 아이콘이 되었고, 여성 뮤지션의 대명사가 됐다. 이듬해 발표한 데뷔 앨범 '데이브레이커(Daybreaker)'에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장난감 병정들'과 같이 재기발랄한 노래부터 '반짝반짝' '추억은 수채화처럼' 등 감성적인 트랙까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나타냈다.

그 사이 외모는 점점 예뻐졌고 남다른 패션감각도 인정받았다. CF에서 종종 얼굴을 비출만큼 장재인은 그렇게 가요계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일부가 마비된다는 '근긴장이상증'이 갑자기 장재인을 덮쳤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심지어 그의 분신과도 같은 기타까지 만질 수 없었다. 낫는 병이 아니라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치료를 위해 활동을 멈춰야만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장재인은 결국 음악을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이 때 윤종신이 나타났다. '슈퍼스타K' 때부터 사제지간인 윤종신은 모든 사정을 다 알면서도 장재인을 품었다. 자신이 이끄는 미스틱89와 전속계약을 맺고 그녀의 재기를 도왔다. 쉽지 않았다. 2013년 계약 소식을 알린 뒤에도 2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대중들에게 장재인은 그렇게 잊혀지는듯 했다.

시작이 화려했기에 상실감은 더 컸다.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스타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기까지 그 좌절감은 오직 혼자 감내해야 할 아픔이었다. 기타를 내려놔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절망감은 더 심했다.

하지만 그녀는 활짝 웃었다. 2015년 6월, 3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났을 때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다만 기타는 없었다. 건강이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연주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편안해보였다. 그리고 새 앨범은 그 표정과 닮아있었다. 앨범 타이틀 '리퀴드'처럼 물 흐르듯 쓸려가도록 모든 걸 내려놓은듯 했다.

올해 나이 25살. 자신과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인 '남녀관계'를 앨범의 주제로 삼았다. 빙빙 도는 위성처럼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역설적인 사랑 이야기 '나의 위성'부터 이별해야할 것을 절감하는 순간을 다룬 '클라이막스',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의 어색한 아침을 다룬 '밥을 먹어요', 제법 과감한 표현을 쓴 '그거'까지 장재인은 모든 곡에서 '쿨'했다. 목소리는 더 강해지거나 절박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음원 차트를 강조하며 요란하게 홍보를 하고, 피처링 도움을 받고, 특별한 이슈 없이 흥행도 없을 것 같은 가요계다. 그러나 장재인은 전형적인 홍보 방식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건네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당신은 어때요?' 라고. 다 내려놓은 그 자리에 찾아올 또 다른 가능성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장재인의 3년이란 시간과 고민, 절망, 희망, 비움이 모두 담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크게 울려온다. 머리가 맑아진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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