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설훈(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그의 가족이 유신헌법 반대 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사건을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 처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심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를 중단하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뜻한다.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여도 당시 긴급조치에 근거한 수사나 재판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재확인된 셈이다.
설 의원은 1977년 4월 ‘10월의 유신이란 미명의 폭력주의는 민주주의의 가냘픈 숨결마저 끊고 말았다’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구국선언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등 유신 반대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2년 6월 확정 판결을 받고 790일 간 복역했다. 이후 설 의원은 2013년 6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가 위헌ㆍ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설 의원을 영장 없이 불법 체포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당시 영장 없이 체포ㆍ구금해 수사를 진행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해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ㆍ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이를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당시 유죄판결에 따른 복역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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