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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개혁안… 勞使 모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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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개혁안… 勞使 모두 반발

입력
2015.06.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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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임금피크제 추진… 노동계 "고용 효과 없이 임금만 삭감"

취업 규칙 변경 법적 근거도 떨어져… 경영계도 "정규직 전환에 초점" 불편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 발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 발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의 취지는 청년 실업난과 장년층의 고용불안 해소에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동계ㆍ경영계가 모두 반발하면서 정부 주도의 개혁안은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빠져버린 모양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계속 제기 된 정부의 일방적 노동시장 개혁 강행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적 근거마저 떨어지는 일방 추진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공공기관 316곳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노동조합 동의가 없어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지침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 삭감한 고임금 장년 근로자의 인건비로 청년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상위 10% 고소득 임직원이 임금인상을 1% 자제하면 청년 일자리가 6만개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고소득 직원 임금을 줄인 인건비로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개혁안에서 노동계가 가장 반대하는 취업규칙 변경도 법적 근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노조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근거다. 60세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자 이익과 기업의 재정ㆍ인력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50여건의 관련 소송 중 2건에 그친다. 그마저도 퇴직금을 낮추면서 정년을 10년 연장한 경우인데,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합리성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개혁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권 장관은 “취업규칙 변경이 회사가 마음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노동계와 합의를 통해 정책을 내놨다면 불필요한 해명이다. 정부의 1차 개혁안에 반발한 민주노총이 6,7월 총파업 태세를 갖추고, 한국노총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사항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비판한 것도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앞서 이기권 장관은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직후인 4월 9일 “정부 주도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개혁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에 환영의사를 표한 경영계도 이날 발표에 불편한 내색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개혁안에 포함된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을 두고 “근로자 간 상생을 촉진한다면서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춰 고용경직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경제력의 대기업 집중 ▦노동시장 규제완화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본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그 이유를 찾았는데, 정부가 노동계ㆍ경영계의 의견 조정 없이 일방 추진하면서 사실상 모두에게 외면 받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 등 이해가 충돌하는 몇몇 사안에 노동계ㆍ경영계가 모두 반발하면서 구조개혁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 때처럼 특정 사안에 매몰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토론의 틀을 만들어주고 논의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강경 추진하면서 의도치 않은 갈등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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