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가 격리 대상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격리 대상자들은 관리가 소홀하다고 불만이지만, 보건당국은 손이 달리는데다 말을 안 듣는 격리자들의 도덕불감증도 큰 문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2,309명이던 격리자는 158명 늘어 2,467명이 됐다. 이 중 자가 격리는 1,868명, 기관 격리는 9명이다.
규정상 자가 격리자들은 메르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이 기간 관할 보건소는 정해진 시간에 격리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집 밖으로 무단 이탈할 경우 보건당국이 실시간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 신뢰관계를 쌓고 격리자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지만 메르스 사태 장기화로 인해 자가 격리자 관리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보건소 관계자 B씨는 “자가 격리자 관리뿐 아니라 민원 상담, 검체 채취 등 메르스 관련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구청 직원들까지 동원돼 하루 세 번씩 유선으로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격리자가 몰래 외출할 경우 이를 완벽히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자가 격리자들의 도덕불감증도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B씨는 “격리자들 중에는 자신의 행동이 끼칠 영향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생업에 대한 우려나 개인적인 사정, 격리생활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메르스 업무 폭증으로 인한 피로감보다 자택 격리에 협조하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고 감시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보건당국은 이에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받는 체계를 구축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중 자택을 무단으로 이탈한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B씨는 “현재 급속히 환자수가 늘어 한정된 인력으로는 격리자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단계”라면서 “앞으로 비협조적인 격리자의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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