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 상품을 한번에, 수수료 할인 등 고객에겐 혜택"
은행권·은행계 보험사는 환영… 전문 보험사·설계사들 반발
올 초부터 은행과 증권 점포를 결합한 복합점포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복합점포 내에 보험사 입점을 허용할 지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뜻 복합점포에 많은 금융업종이 입점할수록 서비스의 양과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데 별반 이론이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은행권 지원사격을 업은 금융당국의 추진 방침에 보험업계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복합점포를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위 보험 복합점포 강행 기류
보험업의 복합점포 입점은 지난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재임 시 추진되다 보험업계 등 반발로 일단 유보됐으나, 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임종룡 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다시 속도가 붙었다. 임 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를 추진하는 것은) 고객들이 방문해서 보험상품까지 들 수 있으면 좀 더 편리해진다는 판단”이라며 복합점포에 보험 입점을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달 초 금융지주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자산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3개 영역(은행 증권 보험)의 복합 점포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복합점포의 보험 입점으로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판매채널이 만들어지면 소비자에게 무조건 좋은 것”이라 말했다. 따져보고 비교해 볼 선택지가 하나 더 늘고, 이는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100세 시대에는 20~30년에 걸친 장기상품이 필요한데 은행상품이나 투자상품만으로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어렵다”며 “보험이 복합점포에 들어오면 보험사의 고객 접점이 확대되어 소비자 입장에서 또 하나의 선택권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찬성 측에서는 ‘원스톱 금융상담’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복합점포가 들어서면 통장을 정리하기 위해 점포를 방문했다가 그 자리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보험상품까지 가입하는 식의 금융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석호 연구원은 “금융거래를 한 곳으로 모을 때 고객은 수수료 등에서 할인ㆍ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반발
그러나 전업계(비은행계) 보험사와 보험 설계사들의 주장은 정반대다. 이들은 “소비자 선택권 논리 자체가 허구”라고 반박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복합점포에 보험이 입점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사 금융지주 계열사 보험상품만 팔 게 뻔하다”며 “이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또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저기 가서 보험 하나 들고 오세요’ 하면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은행의 고질적 병폐인 ‘꺾기’ 관행이 복합점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은행이 보험사의 대리점 형태로 보험상품을 파는 것) 관련 규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은 방카슈랑스로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 특정 보험사 판매실적이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방카슈랑스 25% 룰), 보장성 보험이 아닌 저축성 상품만 팔아야 한다. 은행의 계열 보험사 밀어주기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는 “복합점포를 통해 은행계열 보험사 상품의 집중 판매가 가능해져 방카슈랑스 규제가 무력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업계 의견을 들어 방카슈랑스 룰을 허물지 않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보험설계사 생계 문제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고객이 복합점포로 몰리면 기존 보험 상품의 판매를 상당 부분 담당하던 설계사의 수입이 줄 가능성이 높다. 보험설계사 인력은 약 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회의원들로서는 보험설계사 표심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 의원들 중 보험 복합점포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복합점포는 한쪽(보험업계)에서 파이를 떼 다른 쪽(은행권)에 몰아주는 정책”이라 평가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