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우려도…"'수구 꼴통' 혐오발언은 관대?" 논란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성별이나 종교,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인터넷상에서 광주와 호남 등 야당이 뿌리를 둔 지역을 헐뜯거나 진보진영 전체를 '종북 프레임'에 가둬 선거나 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법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위는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혐오발언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혐오발언 제재'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인간 존엄을 파괴하는 모욕적 발언을 추방하고 담론을 건강하게 하는 방향의 입법이라기보다는 특정 진영을 비판하는 발언을 표적으로 하는 이념적 입법이라는 비판적 지적도 일고 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선거 때만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종북이념 편가르기'와 '지역감정 편승하기' 등 수준 낮은 후진국형 행태가 더는 이 나라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혐오발언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사실을 담고 있는데다 표현의 적정 수위를 조절하는 '게이트키핑' 없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빠르게 확산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혐오발언은 대상자의 개인적 정체성과 집단적 정체성을 동시에 훼손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부정하는 등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고 사회적 정의가 현저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특히 '종북' 등 정치적 혐오발언이 "국가와 안보라는 명분으로 현 체제에 대한 어떤 도전도 불법화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게 한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의사소통과정에 개입해 국가의 통치술이 작동하는 하나의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민본의 박지웅 변호사는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민주화운동이나 호남, 여성, 외국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베는 우파성향 네티즌들의 놀이터"라고 정의했다.
박 변호사는 혐오표현을 처벌하는 외국 입법 사례를 언급하고서 "인종과 성별, 장애에 대한 혐오표현 처벌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혐오발언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정치적 사상과 관련된 표현까지 제한하는 건 지나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원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규제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입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종이나 성별, 국적 등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변의 특징'에 의해 구별되는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혐오적 표현으로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도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정치성을 위해 사용되는 표현의 영역까지 처벌수위를 높인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 자유의 위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혐오발언 제재' 법안이 호남과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발언만 처벌하고 '수구 꼴통' 등 보수진영에 대한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호남을 비하하는 사람은 처벌하고 반대로 영남이나 타 지역을 비하하는 것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주의와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종북 이데올로기를 우선적으로 제어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는 6.25를 거치고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주의를 짧은 시기에 경험하면서 혐오발언을 정제할 토론문화나 인문학적 토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혐오발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측면보다 제어하는 쪽이 맞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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